”미군이 일냈다” 한발 한발이 미사일급 폭발력을 가졌다는 ‘이 자주포’
||2026.01.28
||2026.01.28
현대 포병 경쟁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더 많이 쏘는 포가 아니라, 더 멀리 보내는 포다. 기존 155mm 39구경장 자주포가 주력이던 시절, 포병의 유효 사거리는 대략 20~30km 선에 머물렀다. 이 한계는 전술을 규정했고, 포병은 전선 가까이 붙어야 하는 병과로 인식됐다. 그러나 포신이 52구경장으로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추진 가스가 포탄을 미는 시간이 길어지고, 초속이 증가하면서 사거리는 단숨에 40~50km대로 뛰어올랐다.
이 흐름은 더 극단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기존 M109 계열을 52구경장으로 개량하는 동시에, 58구경장 신형 자주포까지 시험 단계에 올렸다. 독일과 한국은 이미 52구경장을 표준으로 운용하며 장거리 포병 개념을 실전 배치했다. 포병이 전선 뒤로 물러나도 타격이 가능해지면서, 생존성과 작전 자유도가 동시에 커졌다.
사거리 확장은 중요한 변화였지만, 판을 바꾼 건 포탄이었다. GPS와 관성항법을 결합한 정밀유도 포탄은 포병의 성격 자체를 바꿔 놓았다. 과거 포병은 넓은 지역을 두들겨 맞히는 면 제압 무기였다. 목표 하나를 확실히 제거하려면 수십 발을 쏟아부어야 했고, 그만큼 시간과 탄약, 노출 위험이 뒤따랐다.
정밀유도 포탄이 도입되면서 이 구조는 깨졌다. 이제 포탄은 발사 후 비행 중 궤적을 보정하며 목표로 날아간다. 실제 전장 영상에서는 자주포에서 발사된 포탄이 미사일처럼 낮은 궤적으로 접근한 뒤, 표적 상공에서 거의 수직에 가깝게 떨어진다. 오차는 수 미터 이내로 줄어들었고, 두세 발이면 과거 수십 발에 해당하는 효과를 낸다. 포병이 족집게 타격 수단으로 변한 순간이다.
이 변화는 자주포를 미사일과 비교하게 만들었다. 정밀유도 포탄 한 발의 파괴력은 전통적인 포탄과 차원이 다르고, 운용 개념도 닮아 있다. 중요한 차이는 비용과 즉응성이다. 미사일은 강력하지만 비싸고, 발사 준비와 재보급에 시간이 걸린다. 반면 자주포는 이미 배치돼 있고, 연속 사격과 신속한 재배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대 자주포는 ‘저렴한 장거리 정밀타격 수단’이라는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52구경장 이상 포신과 정밀유도 포탄이 결합되면, 자주포는 단순 화력 지원을 넘어 전략 자산에 가까운 역할을 맡는다. 이 지점에서 포병은 더 이상 보조 병과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변화를 현실로 보여줬다. 정밀유도 포탄과 장거리 자주포를 운용한 측은 더 멀리서 먼저 발견하고, 더 적은 발수로 상대 포병을 무력화했다. 반대로 수량에 의존한 구형 포병 전력은 사거리와 정확도에서 밀리며 손실을 입었다.
전장의 결론은 단순했다. 얼마나 많은 포를 갖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멀리 쏘고 얼마나 빨리 이동할 수 있느냐가 생존을 좌우했다. 이 과정에서 52구경장 자주포를 표준으로 운용해 온 국가들, 특히 K9 자주포를 운용한 전력의 평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현대 포병의 경쟁력은 이미 재편된 상태다.
이 내용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 포병이 가장 조용하게 진화한 병과라는 점이다. 눈에 띄는 신무기보다, 포신 몇 미터와 포탄 한 발이 전쟁 방식을 바꿨다. 자주포를 다시 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