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극찬받은 K2 전차” 한국에서는 불합격 판정받고 외면받는 숨겨진 이유?
||2026.01.28
||2026.01.28
가혹했던 내구도 검사 기준의 배경
K2 전차 파워팩 변속기는 10년 이상 국산화 난제로 남아있었다. 양산을 위한 내구도 검사 기준은 한반도를 다섯 번 이상 왕복하는 거리인 9,600km를 중단 없이 이동하면서 이상 없이 작동되는 내구성을 요구했다. 이는 신속한 정비 능력이 갖춰지지 않았던 1950년대에 설정한 기준이었다. 1,200마력 파워팩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독일도 1,500마력 파워팩 개발에 약 10년이 소요되었는데, 개발 경험이 전혀 없었던 한국 기업에게 10년 만에 완벽한 변속기를 개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기준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선뜻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특정 업체 봐주기라는 논란과 책임 문제 때문이었다.
방산 비리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도 개선
2010년대 중반 방위산업 분야가 비리 집단이라는 오명을 쓰고 패배주의에 젖어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분위기를 바꾸고 K2 전차 파워팩 변속기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2018년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부패 척결 못지않게 방위산업 발전과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에 힘을 쏟았다. 핵심 방향은 실패를 무릅쓴 도전적인 기술개발, 4차산업 신기술의 신속한 채용, 연구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수행 과정의 성실성과 도전성을 인정받으면 제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2020년 초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과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도전적 기술개발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SNT 중공업의 완전 국산화 추진
2018년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으로 임명된 저자는 K2 전차 파워팩 변속기 제작 업체인 SNT 중공업의 개발 현장을 방문했다. SNT 그룹 창업자인 최고 경영자를 비롯해 연구개발 담당자들과 심도 있는 면담을 진행한 결과, 최고 경영자가 변속기의 구조부터 기술적 사항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고 국산화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당시 업체는 문제의 원인이었던 5개의 해외 도입 주요 부품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협력하여 완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전문경영인 복귀와 기술적 축적
2021년 변속기 개발 기업인 SNT 대표로 변속기 시제품 개발을 지휘한 전문경영인이 복귀하면서 해결의 문이 넓혀졌다. 그는 2014년 변속기 시제품을 개발하고 시험평가 합격 과정을 지휘한 경영자였다. 변속기 시제품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후 건강 문제로 휴직 중이었으나, SNT 창업자가 수년 만에 복귀시켜 변속기의 완전 국산화를 맡겼다. 이 전문경영인과 SNT 연구개발팀에게는 간단한 구동 소리만 듣고도 변속기의 정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술적 전문성이 축적되어 있었다.
튀르키예 알타이 전차 파워팩 수출
축적된 전문성은 해외 수출로 이어졌다. 2022년 초 튀르키예가 알타이 전차에 탑재하기 위한 파워팩 시험평가에 SNT 변속기의 참여를 요청했다. 시험평가는 구성품 단위로 내구성을 평가하는 한국과 달리 전차에 탑재하여 내구도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주행 거리 기준도 사막 환경을 상정했지만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국내에서는 가혹한 기준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던 변속기가 해외에서는 호평을 받으며 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한국의 내구도 검사 기준이 지나치게 가혹하게 설정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지속적 관심의 중요성
방위산업은 안보산업이다. 방위산업에 참여하는 정책·사업관리자,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방산 기업 경영자들도 사업보국이라는 의식이 매우 강하다. 이들에게 대통령의 관심과 격려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후 가장 빨리 방산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타운홀 미팅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도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일시적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만남과 관심이 이어지는 것이 방산 분야 성과의 기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