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8000억원을 쏟아부은 한국의 핵심 방산 기술”이 엎어질 위기라는 진짜 이유
||2026.01.29
||2026.01.29
KDDX는 단일 무기 개발이 아니라, 한국 해군 수상전력의 세대 교체를 책임지는 구조 사업이다. 2030년까지 약 7조 8천억 원을 투입해 6척을 건조하고, 2032년 전력화를 목표로 한다. 이미 구축함 분야는 한국 방산에서 가장 성숙한 영역에 속한다. 선체 설계, 통합 전투체계, 레이더, 함포와 미사일 체계까지 대부분 국산화가 이뤄졌고, 실전 운용 경험도 충분히 축적됐다. KDDX는 이 모든 기술을 하나로 묶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이 때문에 KDDX는 ‘개발 가능하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적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일정 역시 국가 재정 계획 안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해군 내부에서도 미래 작전 개념에 맞춘 함정이라는 평가가 일찌감치 굳어졌다. 겉으로 보면, 중단될 이유가 없는 사업에 가까웠다.
문제가 불거진 지점은 기술 개발이 아니라 사업 구조였다. 함정 사업은 항공기처럼 단일 주관사가 모든 권한을 쥐는 방식이 아니다. 설계, 체계 통합, 건조 과정에서 여러 주체가 얽히는 구조다. 이 관행 속에서 KDDX는 설계 주도권과 사업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격화됐다.
기본 설계가 진행된 이후에도 주도권 논쟁이 반복되면서, 사업이 정상적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이는 다른 무기체계 사업에서는 보기 드문 상황이었다. 이미 기술적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누가 책임지고 끌고 갈 것인가’라는 문제로 전체 일정이 흔들린 셈이다. 결과적으로 KDDX의 지연 원인은 성능 부족이나 기술 실패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 배분이 정리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에 있었다.
최근 들어 정부가 갈등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 자체를 멈추겠다는 신호는 아니고, 봉합을 통해 정상 궤도로 돌리려는 시도에 가깝다. 다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이 내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표면적으로는 수습 국면처럼 보이지만, 주도 구조가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여지는 남아 있다.
KDDX는 이미 추가 연구개발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명확한 책임 구조다. 누가 설계를 책임지고, 누가 건조를 맡으며, 통합 조정 권한은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일정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지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KDDX는 기술적 성과와 별개로 행정 리스크의 상징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KDDX는 단순히 구축함 6척을 더 만드는 사업이 아니다. 한국 해군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운용할 수상전력의 기준을 세우는 사업이다. 이 함정이 어떻게 설계되고, 어떤 방식으로 사업이 관리되는지는 이후 모든 해군 함정 사업의 전례가 된다.
이미 한국은 구축함 기술을 보유한 나라다. 문제는 그 기술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사업화하고, 국가 차원의 전력으로 완성하느냐다. KDDX가 정상 궤도에 오르느냐, 아니면 장기 표류 사례로 남느냐에 따라 한국 방산 행정에 대한 평가도 크게 갈릴 수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은 끝까지 끌고 가야 하는 사업이고, 지금의 혼란은 반드시 정리돼야 한다.
KDDX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답답함이 먼저 든다.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는데, 사람과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 사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조선 기술이 아니라, 결단의 문제로 보인다. 그래서 더 아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