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기가 신뢰를 완전히 잃어” 대체재로 선택된 한국의 ‘이 기술’
||2026.01.30
||2026.01.30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된 장면은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졌다. 비싸고 정밀하다고 알려진 서방 무기들이 왜 예상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가였다. 러시아가 전면적으로 운용한 GPS 재밍과 전파 교란 환경에서, 미국산 정밀유도무기들의 명중률이 급격히 흔들렸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엑스칼리버 유도포탄은 초기에는 높은 명중률을 기록했지만, 강한 전자전 환경이 형성된 이후에는 성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GMLRS 역시 GPS 신호가 불안정해질수록 탄착 오차가 커지는 사례가 거론됐다.
문제의 핵심은 기술 수준이 아니라 의존 구조였다. 이 무기들은 GPS 신호를 전제로 설계된 체계였고, 전파 환경이 붕괴되자 성능 역시 함께 흔들렸다. “정밀유도”라는 개념이 전파 우위가 유지된다는 조건 위에 세워져 있었음이 전장에서 드러난 셈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접근 방식은 성격이 다르다. 대한민국은 전자전이 예외 상황이 아니라 상수인 환경에서 무기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북한의 상시적인 GPS 교란 가능성 때문에, 위성 신호에만 의존하는 유도 방식은 애초에 위험 요소로 인식돼 왔다. 그 결과 한국은 관성항법장치(INS)를 중심으로, 내부 센서와 알고리즘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방향에 오랫동안 투자했다.
핵심은 GPS로 ‘보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GPS가 사라져도 항법을 유지할 수 있는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INS 기반 항법에 지형 정보, 운동 모델을 결합해 오차 누적을 최소화하는 방식은 개발 난도가 높지만, 전파전 환경에서는 확실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 접근은 눈에 띄는 스펙보다 실제 전장에서의 생존성을 우선한 선택이었다.
이런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체계가 천무다. 천무는 GPS 유도 로켓을 운용하면서도, 전파 교란 상황을 전제로 한 복합 유도 구조를 갖춘 체계로 알려져 있다. 발사 차량과 유도체계가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돼 있어, 외부 신호 의존도를 낮추고 내부 항법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체계가 ‘특정 전장을 겨냥해 급조된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자전 환경을 전제로 한 설계와 시험이 누적돼 왔고, 그 결과가 현재의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천무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가격 비교가 아니라, “재밍 상황에서도 계획된 효과를 낼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러시아와 직접 맞닿아 있는 에스토니아 같은 국가들에게 전자전은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평시 훈련 단계부터 GPS 교란이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특정 위성 신호에 강하게 묶인 체계는 위험 요소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국가들이 무기 도입에서 중시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전파 교란 상황에서 성능이 유지되는지, 그리고 상황 변화에 맞춰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얼마나 빠르게 조정할 수 있는지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 무기는 ‘저렴한 대안’이 아니라, 전자전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체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K9 이후 천무, K2, FA-50까지 논의가 확장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실전에서 드러난 취약점이 시장의 판단 기준을 바꾸고 있다.
이 사례를 보며 느낀 건, 전쟁이 기술의 우열보다 전제 조건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잡았는지를 가려낸다는 점이다. 전파가 깨끗하다는 가정과, 전파가 망가진다는 가정의 차이가 이렇게 크게 드러날 줄은 우크라이나 전장이 아니었다면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