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동안 실랑이 끝에” 결국 러시아 점령군을 철수시킨 ‘이 나라’
||2026.01.30
||2026.01.30
시리아 북동부 카미실리는 지난 수년간 러시아의 상징적인 전진 거점이었다. 2019년 소치 합의 이후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 주둔하며 터키, 시리아 민주군, 그리고 미군 사이의 완충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최근 포착된 장면들은 이 구도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러시아군이 중화기와 차량을 수송기에 실어 서부 시리아로 이동시키는 모습이 확인됐고, 기지 주변 경계는 시리아 민주군이 넘겨받았다. 카미실리 기지는 사실상 기능을 멈춘 상태로, 러시아의 북동부 주둔이 끝나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철수는 하루아침에 결정된 사건이 아니다. 수년간 이어진 정치적 압박과 협상, 그리고 시리아 내부 권력 구조의 변화가 누적된 결과다. 카미실리는 러시아가 현지 질서를 관리하던 상징적 공간이었고, 그곳에서의 후퇴는 단순한 부대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번 조치의 핵심 배경에는 시리아 신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자리 잡고 있다. 임시 대통령 아흐메드 알샤라는 러시아군이 북동부에 머물 명분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외세 개입의 범위를 재정의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과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탱했던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은 더 이상 자동적인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정부는 내전 이후 국가 운영의 우선순위를 재설정하는 과정에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이 틀 안에서 다시 계산되고 있다. 전면적 의존에서 벗어나 제한적 협력으로 전환하겠다는 실용주의 노선이 분명해졌고, 카미실리 철수는 그 첫 번째 가시적 결과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시리아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흠이임 공군 기지와 타르투스 해군 기지는 여전히 러시아의 핵심 거점으로 남아 있다. 이는 러시아가 중동에서의 전략을 ‘전면 개입’에서 ‘핵심 거점 유지’로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병력을 넓게 펼치기보다, 정치적·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할 최소한의 지점을 붙잡는 방식이다.
이런 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전반적인 군사 자원 재배치와도 맞물린다. 시리아 북동부는 전략적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대신 핵심 기지 중심의 관리가 선택됐다. 카미실리 철수는 패배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철수와 동시에 외교 채널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리아 임시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과 회담을 가졌고, 군사 기지 문제 역시 물밑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관계 단절이 아니라 재조정에 가깝다.
시리아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의지도, 여력도 없다. 대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스스로 정하겠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카미실리에서의 철수는 그 경계를 설정하는 과정의 일부로 보인다.
이 사안을 보며 느낀 건, 전쟁이 끝난 뒤에도 진짜 싸움은 정치와 공간을 두고 계속된다는 점이다. 총성이 멎은 자리에서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지가, 그 나라의 다음 국면을 결정한다는 게 카미실리 사례에서 그대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