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한국무기 사려고 ’20조’ 들고 찾아왔는데 ”수출 금지당했다는” 이유
||2026.01.31
||2026.01.31
덴마크가 노후 자주포 전력을 교체하기로 결정했을 당시, 사업의 출발점은 전력 공백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유럽식 조달 관행을 유지하는 데 가까웠다. 프랑스, 이스라엘, 한국이 모두 후보군에 올랐지만 실질적인 경쟁 구도는 유럽 내부에서 이미 좁혀져 있었다. 한국 자주포는 사거리, 사격 속도, 자동화 수준, 가격 경쟁력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덴마크 국방 당국의 판단은 프랑스산 장비로 기울었다. 공식 설명은 지형과 운용 개념이었지만, 실제로는 “유럽 안보는 유럽 장비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무난해 보였다. 기존 동맹 구조를 유지했고, 정치적 부담도 없었다. 그러나 이 결정에는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었다. 평시 기준에서 조달 일정과 공급 안정성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국가 간 무기 이동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덴마크의 판단을 정면으로 흔들었다. 덴마크는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보유 중이던 프랑스 자주포 19문 전량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정치적 메시지는 강력했지만, 군사적 현실은 냉정했다. 본토 방어용 자주포 전력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덴마크가 선택한 대안은 이스라엘산 자주포였다. 이미 계약까지 체결됐고, 정부는 “곧 새로운 전력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스라엘의 안보 환경이 악화되자 무기 수출이 중단됐고, 덴마크로 향하던 자주포의 납품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계약은 살아 있었지만, 전력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이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 계약 과정에서 불투명한 의사결정과 부패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 조사까지 이어졌다. 조사 과정에서 한국 자주포가 가격, 납기, 성능 면에서 경쟁력이 있었음에도 공식 검토 절차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덴마크 내부에서는 “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를 두 번이나 외면했는가”라는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 시점에서 덴마크가 마주한 현실은 명확했다. 프랑스 장비는 이미 우크라이나로 넘어갔고, 이스라엘산 장비는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었다. 독일 등 다른 유럽 대안은 가격과 납기 모두 부담스러웠다. 결국 덴마크는 다시 한국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덴마크는 대규모 예산을 제시하며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타진했다. 알려진 규모만 해도 2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협상의 주도권은 이미 한국으로 넘어가 있었다. 한국 방산업체들은 폴란드, 노르웨이 등 여러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며 생산 일정이 촘촘히 채워진 상태였다.
한국의 입장은 단순했다.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특혜를 줄 수 없으며, 기존 계약과 생산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덴마크 입장에서는 사실상 ‘수출 금지’처럼 느껴질 수 있었지만, 이는 거절이 아니라 현실적인 생산 한계의 문제였다.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선택지에서 제외했던 과거의 판단이, 이제는 협상 순서와 일정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이 사례는 방산 시장에서 가격이나 정치적 제스처보다 신뢰와 지속적인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은 방산 조달이 단순한 구매 행위가 아니라 장기적 관계라는 점을 다시 느끼게 했다.
전쟁은 서류 위의 조건보다 실제 공급 능력을 먼저 시험한다.
한국 방산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세계의 판단 기준이 달라진 장면이었다.
한 번의 선택보다 반복된 태도가 더 큰 결과를 만든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덴마크 사례는 유럽 방산 정책 전반에 오래 남을 교훈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