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쌘 미국이 한국에 부탁”전쟁에 필수로 필요한 ‘이것’ 재고 떨어지자 한국 찾아왔다
||2026.02.02
||2026.02.02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미군의 155mm 포탄 재고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루에 약 3천 발씩 소모되는 우크라이나 전장을 지원하면서, 세계 최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조차 탄약 부족이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온 자국 방산 공급망 보호 원칙을 깨고, 이례적으로 외국 방산 기업에게 자국 군사기지 내 탄약 공장 건설을 허가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한민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법인인 한화디펜스USA(HDUSA)는 2026년 1월 29일 미 육군과 아칸소주 파인블러프 조병창 내 대규모 탄약 시설 건설을 위한 강화임대계약(Enhanced Use Lease, EUL)을 체결했다. 투자 규모는 약 13억 달러(한화 약 1조 9천억원)에 달하며, 1,065에이커 부지에 첨단 탄약 제조 캠퍼스가 들어선다. 이 시설에서는 155mm 포탄 생산에 필수적인 폭발물과 추진제 원료를 제조하게 되며, 연간 36만 발 규모의 포탄 생산이 목표다. 미 육군 기지 내에서 외국 기업이 전투용 탄약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이 이처럼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탄약 재고의 급격한 감소가 있다. 러시아와의 포격전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약 3천 발의 155mm 포탄을 소모하고 있으며, 전쟁 1년간 100만 발 이상이 사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월간 155mm 포탄 생산량은 2022년 1만 4천 발에서 2025년 약 10만 발 수준까지 늘어났지만, 여전히 전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미국은 자국 생산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기업을 핵심 공급망에 직접 편입시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미 육군 브렌트 잉그라함 차관보는 “한화와의 파트너십은 현대적 상업 및 국방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조던 길리스 차관보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육군은 시설과 지역사회 전반을 강화할 새로운 세대의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산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외국 기업에 문을 연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화가 미국의 방산 공급망 핵심 파트너로 선택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검증된 실적 덕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수년간 유럽 방산 시장을 석권하며 K-방산의 위상을 높여왔다. 2025년 12월에는 에스토니아와 약 5,200억원 규모의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발트 3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같은 달 폴란드와는 천무 3차 이행계약을 맺었다.
2026년 1월 30일에는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과 9억 2,200만 달러(약 1조 3천억원) 규모의 ‘천무 풀패키지’ 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계약에는 천무 16문과 사거리 80km, 160km, 290km급 유도로켓, 탄약운반차량, 정비 장비 등이 포함된다. 특히 노르웨이 계약은 미국 록히드마틴과 독일 경쟁사를 제치고 따낸 성과로, NATO 회원국들이 한국 무기 체계의 성능과 신뢰성을 공식 인정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천무를 K9 자주포에 이은 글로벌 베스트셀러 무기체계로 육성할 계획이다.
미 육군의 한화에 대한 관심은 탄약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미 육군은 2025년 12월 한화디펜스USA와 공동 연구개발 협정(CRADA)을 체결하고, 미국이 자체 설계한 155mm 58구경장 포신을 K9 자주포 플랫폼에 통합하는 연구개발(R&D)에 공식 착수했다. 미 육군은 2018년부터 사거리 연장형 야포(ERCA) 프로젝트를 통해 58구경장 포신 개발을 추진해왔으나, 시제 포격 시험에서 포신이 과도하게 마모되는 내구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미 육군은 자체 플랫폼 개발을 포기하고, 검증된 K9 플랫폼과의 결합을 선택한 것이다. 58구경장 포신이 장착되면 K9의 사거리는 기존 40km에서 70km까지 대폭 확장된다. 이로써 K9은 단순한 ‘후보 중 하나’에서 미군의 ‘실질적 대안’으로 격상됐으며, 탄약 공장과 K9 R&D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화는 미군 지상 화력 체계 전반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탄 생산과 자주포 개발을 동시에 수주한 것은 한화가 미국 방산의 핵심 공급자로 인정받았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파인블러프 투자의 전략적 의미는 단순한 금액 이상이다. 미국 내에서 생산된 탄약은 ‘미국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NATO 회원국이나 미국 우방국 수출 시 미국 정부의 승인 절차가 간소화될 수 있다. 이는 한국 방산이 미국 주도 글로벌 방산 네트워크의 공식 일원으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가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2026년 1월 19일 사상 최고치인 139만 8천원을 기록했으며, 2월 2일 현재 132만 7천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DS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57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실적의 2025년, 수주의 2026년”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칸소주 톰 코튼 상원의원은 “파인블러프에 더 많은 일자리를, 우리 군에게는 더 많은 장비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존 부즈먼 상원의원은 파인블러프 조병창을 “핵심 국가안보 자산”으로 규정했다. 한화는 이 시설에서 약 200개의 숙련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방산 시장 재편 속에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파인블러프 탄약 공장은 한국 방산이 ‘수출 강자’에서 ‘글로벌 공급망 핵심’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단순 수출을 넘어 미국 본토에서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미군의 차세대 자주포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K-방산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2025년 한 해 동안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 유럽 각국에서 수조 원 규모의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제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의 문까지 열었다. 이제 관건은 이 기회를 장기적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K-방산의 글로벌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수 있느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방산의 심장부에 뿌리를 내리면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