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너무 좋아해 납치까지 시도했던 한국 연예인
||2026.02.05
||2026.02.05
1977년 7월 말, 프랑스를 떠난 당시 한국 톱배우 윤정희,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부부가 유럽에서 수상한 초청을 받으며 불길한 상황에 휘말렸던 사실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평범한 해외 연주 일정으로 알려졌던 이 여정은, 도착지에 가까워질수록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정황을 드러냈고, 부부는 점차 커지는 불안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과 마주하게 된다.
사건의 시작은 이응노 화백의 아내 박인경이 전한 초청장이었다. 스위스의 한 거부가 부모를 위한 연주회를 열고 싶다며 백건우를 초대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초청장 수취인이 백건우가 아닌 박인경으로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부부는 지인의 체면을 고려해 초청을 수락했고, 7월 29일 파리에서 취리히로 향했다.
취리히 공항에서는 ‘초청자의 비서’라 소개된 여성이 등장해 갑작스럽게 목적지가 유고슬라비아 자그레브라고 안내했다. 윤정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여성은 박인경에게 흰 봉투를 은밀히 건넸고, 봉투에는 특정 주소와 이동 경로, 현금이 들어 있었다. 이 순간부터 부부는 묘한 긴장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했을 때, 불안은 더 커졌다. 작은 공항 한쪽에 세워진 고려민항 표기 항공기, 그리고 북한 외교관의 아내로 후에 밝혀진 여성이 부부를 지켜보고 있었다.
봉투에 적힌 주소로 이동해 도착한 주택은 연주회 준비와는 거리가 멀었고, 과일 몇 개만 놓여 있는 2층 방에서 잠시 후 등장한 한 동양 남성은 스스로의 정체를 설명하지 않았다. 부부는 그가 북한 측 인물임을 직감했다.
백건우는 아내와 생후 5개월 된 딸을 택시에 태우고 즉시 도주했다. 뒤따라 나온 북한 공작원은 택시 문손잡이를 잡을 듯 가까이 달려들며 그들에게 소리를 치며 외쳤지만 추격은 실패했다. 부부가 곧바로 향한 곳은 자그레브 미국 영사관이었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도서관에 남아 있던 영사관 직원 한 명이 부부를 발견해 긴급히 보호에 나섰다. 그는 방을 옮겨가며 밤새 이들을 숨겼고, 다음 날 새벽 북한 측 인물들이 호텔 문을 두드렸을 때도 즉시 연락하며 문을 열지 말라고 지시했다. 결국 그는 부부와 아기가 파리행 비행기에 무사히 탑승할 때까지 직접 확인했다.
북한은 한류스타를 납치해 체제 선전용으로 이용하려 했지만, 백 씨의 기지와 우발적 변수들이 맞물려 공작은 실패했다. 이 사건은 냉전기 남북 관계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