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죽음에 ”한국 공군 전투기 6대를 띄워” 애도를 표현한 이유
||2026.02.05
||2026.02.05
롯 아사나판은 원래 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였다.
1950년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고, 이웃나라 한국이 공산 침략으로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망설임 없이 참전을 결심했다.
태국 파병군 의무대 소속으로, 그는 전선과 후방을 오가며 포화 속에서 다친 장병들을 돌보는 간호분대장 겸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아사나판 씨가 속한 태국군은 용기와 민첩성을 상징해 ‘리틀 타이거’ 부대로 불렸고, 한반도 곳곳의 격전지에서 한국군·유엔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는 헌신적인 공로를 인정받아 태국 정부로부터 승전·공훈을 상징하는 ‘빅토리 메달’을 수훈한 참전 영웅이다.
전우들은 그를 “가장 먼저 달려가 부상병을 끌어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1922년 태어난 아사나판 씨는 100세가 되던 2023년 영면했다.
그는 생전에 “내 몸은 태국에서 태어났지만, 영혼은 한국 전장에서 남았다”며, 죽으면 자국이 아닌 한국에 있는 전우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유족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신청했고, 국가보훈부와 유엔기념공원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2024년 11월 11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롯 아사나판 씨의 유해 안장식이 거행됐다.
그는 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역인 이곳에 안장된 참전용사가 됐다.
안장식에는 그의 가족과 태국 대사, 유엔 참전용사 및 후손, 한국 정부·군 주요 인사,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한 태국인의 선택을 함께 지켜봤다.
안장식이 열린 날, 부산 전역에는 추모 사이렌가 울렸고, 조포 21발이 발사된 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추모 비행에 나섰다.
T-50B 훈련기로 구성된 블랙이글스 6대는 편대 비행으로 묘역 상공을 통과하며 롤 기동·애로우 대형 등을 선보였고, 일부 기동에서는 태국 국기를 연상시키는 색 연막을 사용해 ‘하늘 위 경례’를 올렸다.
블랙이글스의 추모 비행은 국가 유공자와 순직 조종사에게만 허용되는 최고 수준의 군 예우로, 한국이 한 태국 참전용사를 자국 영웅과 같은 반열에 올려 기리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안장식에서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품에서 영원히 안식하기를 빈다”며 “용사님의 숭고한 인류애와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추모사를 전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시민들은 매년 11월 11일, 1분간 부산을 향해 고개 숙여 달라는 캐나다 참전용사의 말처럼, 태국을 비롯한 모든 유엔 참전용사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 정부와 시민들은 그가 남긴 선택을 “피로 맺은 동맹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며, 유엔기념공원을 찾는 학생·관광객들에게 그의 이야기를 전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한국은 6·25전쟁에 피 흘린 유엔 참전국 22개 나라를 매년 기념하고 있으며, 태국 역시 병력 1만여 명을 파병한 주요 동맹이다.
롯 아사나판 씨의 유해가 부산 땅에 안장되고, 그의 마지막 길을 위해 공군 전투기 6대가 하늘을 수놓은 장면은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는다”는 한국식 약속이자, 다음 세대에 전해질 살아 있는 역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