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TOP 3 안에 드는 강국 ”페루가 한국 잠수함에 푹 빠진” 이유
||2026.02.07
||2026.02.07
한국 방산이 전차와 자주포를 넘어 잠수함 영역에서도 본격적인 수출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남미에서 포착됐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말 페루 국영 심마 조선소와 잠수함 공동 개발 및 건조에 대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본계약이 성사될 경우 첫 번째 잠수함은 울산에서 건조되고, 이후 2~3척은 페루 현지에서 건조하는 구조다. 척당 사업 규모는 약 7천억 원 수준으로 평가되며, 단순한 함정 인도가 아니라 설계 이전, 기술 협력, 군수 지원까지 포함한 장기 패키지다. 잠수함 수출이 까다로운 이유는 성능보다 신뢰와 유지 능력이 먼저 검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오랜 적자와 실패를 거치며 이 조건을 하나씩 채워왔다.
페루 해군이 주목한 모델은 HD 1500톤급 수출형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가의 연료전지 AIP 대신 최신 리튬전지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건조 비용을 낮추면서도 수중 체류 시간과 기동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장기간 원양 작전보다는 연안과 근해에서의 감시와 대응이 중요한 페루 해군 운용 환경에 잘 맞는 선택이다. 과도한 고급 사양보다 실제로 쓰기 좋은 성능을 우선한 설계다. 중형급이지만 센서와 전투체계는 최신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 가격 대비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경쟁국 모델과 차별화된다. 페루 입장에서는 유지비와 훈련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잠수함이 필요했고, HD 1500급은 그 요구를 정확히 겨냥했다.
이 성과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 분야에서 가장 큰 고비를 겪었던 사업이 바로 범고래급 특수전 잠수정 개발이었다. 이 사업은 북한 도발이 잦던 시기에 추진된 고난도 특수전 전용 잠수함으로, 설계와 통합 난이도가 극단적으로 높았다. 초기에는 완성도 문제로 시운전 거부 사태까지 발생했고, 회사는 수년간 막대한 적자를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형 잠수함 설계, 수중 침투용 구조, 특수 장비 통합 기술이 축적됐다. 독일이 206급을 기반으로 209급 수출 잠수함을 성공시켰듯, HD현대중공업 역시 범고래급을 기술 실험대로 삼아 중형과 대형 수출 잠수함 라인업을 완성했다. 실패가 그대로 자산으로 전환된 사례다.
이번 페루 사업의 의미는 잠수함 몇 척을 파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전투지휘체계와 소나를 포함한 한국형 시스템이 남미 해군에 처음으로 자리 잡는 계기다. LIG넥스원이 참여한 전투체계와 소나 장비는 이미 한국 해군에서 신뢰성을 검증받았다. 이런 체계는 한 번 채택되면 훈련과 정비, 보급 효율 때문에 후속 함정에도 반복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향후 페루의 추가 잠수함 사업뿐 아니라 호위함과 경비함 사업까지 한국 기업이 연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결과적으로 이번 계약은 단발성 수출이 아니라, 남미 해군 시장에 한국 방산 생태계를 심는 출발점에 가깝다.
이번 페루 사례를 보면서 느낀 건 잠수함 수출은 운이 아니라 버틴 시간의 결과라는 점이다. 범고래급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생각하면, 지금의 성과는 단순한 잭팟으로 보기 어렵다. 비싸고 화려한 무기보다,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전력을 제안했을 때 시장이 반응한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리튬전지 잠수함과 AIP 잠수함의 운용 개념 차이
현지 건조 방식이 해군 전력 자립에 미치는 영향
잠수함 전투지휘체계와 소나의 중요성
실패한 군사 개발 사업이 수출 자산으로 전환되는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