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사형장으로 변했다”… 김정은, 5년 전 작심하고 만든 ‘공포의 법’
||2026.02.09
||2026.02.09
2021년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 학생 7명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USB로 돌려본 이유로 적발됐다.
영상을 구입한 학생은 무기징역, 나머지는 노동교화형 5년을 선고받았다. USB를 밀수한 주민은 공개 총살형에 처해졌다. 2026년 2월 4일 공개된 국제앰네스티 보고서가 탈북민 증언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북한이 2020년 12월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국 드라마 시청에 최고 사형까지 규정한다. 제정 5년이 지난 지금, 법은 단순 위협이 아닌 실제 집행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한국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대북인권 의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청년층 단속 강화”를 확인했음에도, 대북인권 관련 입법 논의는 여전히 미진한 상태다.
정치권의 이 같은 침묵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셈법이 여전히 ‘남북관계 온도’에만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실태를 공식 문서화하는 동안, 한국 정치는 실종됐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가 포착한 북한 처벌 시스템의 핵심은 ‘차별적 집행’이다. 한국 드라마를 본 행위는 같지만, 처벌은 계층에 따라 극명히 갈린다.
평범한 가정 출신 청소년은 공개 총살형에 처해지는 반면, 간부 자녀들은 보위부에 뇌물을 건네고 벌금형으로 끝낸다.
사라 브룩스 국제앰네스티 부국장은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한국 드라마를 봐도 살아남지만, 가난한 사람은 같은 행위로 목숨을 잃는다”며 “공포와 부패가 겹겹이 쌓인 억압 체제”라고 규정했다.
실제 처벌 사례를 보면, 한국 영화 7시간을 시청한 주민은 7년형을 선고받았다. 한국 드라마 한 편을 본 것만으로 사형이 집행된 사례도 확인됐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7조는 남한 콘텐츠 유포 시 무기징역 또는 사형을 명시하고 있으며, 집단 시청 조직자 역시 사형 대상이다. 통일부는 “한국 영화 유포자가 공개 처형됐다”는 내용을 북한인권보고서에 처음으로 기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성년자를 처형 현장에 강제 동원하는 관행이다.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청소년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으면 학교 운동장에 전교생을 집합시켜 총살을 집행한다.
이를 ‘반동사상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하는 구조다. 국제앰네스티는 “미성년자를 사형 장면에 노출시키는 것은 국제 인권 기준에 정면 배치되는 아동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외에도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잇따라 제정하며 한국 말투·패션까지 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은 2023년 형법 개정 시 5개 죄목에 사형 규정이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중국·러시아 국경을 통해 USB에 담긴 한국 콘텐츠는 계속 유입되고 있으며, 북한 10~20대 청년층은 ‘장마당 세대’로 불리며 한국 문화를 모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폐지, 모든 사형 및 공개 처형 중단, 아동·청소년 처형 현장 동원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 드라마 한 편이 생사를 가를 정도로 잔혹한 법이 존속하는 한 북한 주민의 기본권은 회복되기 어렵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 관심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 국회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여야 모두 남북관계 경색을 이유로 인권 의제를 회피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북한을 거대한 이념 감옥으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규정한 체제에 대해, 한국 정치권은 사실상 눈을 감고 있는 셈이다. 북한 주민의 생사가 드라마 한 편에 달린 현실 앞에서, 한국 정치의 도덕적 책무가 묻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