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석상에서 할아버지 김일성을 맹비난한 김정은…대체 왜?
||2026.02.09
||2026.02.09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독자적인 우상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선대의 권위에 기대어 정통성을 확보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체제의 ‘재창조자’로 각인시키려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평안도의 한 농장 조업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 시대부터 이어져 온 ‘사회주의 농촌 테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해당 정책을 반세기 이상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지난 시기에 대해 “솔직히 공부만 했다거나 별로 한 게 없다”는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북한 체제에서 성역과도 같은 김일성의 유산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이번 발언이 비공개 간부 교육이 아닌 공식 행사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김정은이 선대의 실패를 공식화하고 새로운 국가 운영의 기준이 오직 ‘김정은 노선’임을 대내외에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러한 행보가 만성적인 식량난과 경제 실패의 책임을 과거 시스템으로 돌리려는 ‘교활한 프레임 전환’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된 선대의 모델을 수리하고 개혁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가피한 고통으로 주민들의 희생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북한 내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상징하는 용어들이 사라지고 있다.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 명칭이 공식 문구에서 빠지거나,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 사용이 일부 생략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선대와 함께 그려진 벽화에서 김정은이 중앙에 배치되는 등 독자 우상화 작업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달 하순 개최 예정인 노동당 제9차 당대회는 김정은의 지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에서 김정은은 ‘통일’이나 ‘민족’ 등 선대가 강조했던 개념들을 당 규약에서 완전히 삭제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 선언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통치 이념을 확립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일성이 보유했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 직책이 김정은에게 부여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이 주석직에 오를 경우, 이는 단순한 권력 승계를 넘어 북한을 ‘김일성의 국가’에서 ‘김정은의 국가’로 재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이러한 도박이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북한을 지탱해온 ‘신화’인 김일성의 권위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주민들에 대한 정신적 통제가 약화되고 내부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대를 부정하며 세운 김정은의 새로운 권위가 과연 북한의 위기를 돌파할 동력이 될지, 아니면 체제 붕괴의 서막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