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네덜란드가 ”수십년간 매달리다 결국 포기한 미사일”을 독자개발한 한국
||2026.02.10
||2026.02.10
해군 함정 방어에서 근접방어무기체계는 최후의 방패다. 방공망을 뚫고 접근한 대함미사일과 드론, 포탄을 마지막 단계에서 저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 해군은 오랫동안 네덜란드의 골키퍼와 미국의 팔랑스를 운용해 왔다. 두 체계는 냉전 이후 실전에서 신뢰성을 입증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구조적 한계가 분명해졌다. 가격 인상과 부품 공급 불안, 성능 개량의 정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전력 유지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추가 도입 과정에서 선택지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은, 외산 의존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결정적 계기였다.
근접방어체계는 단순히 기관포를 빠르게 발사하는 장비가 아니다. 초고속으로 접근하는 표적을 극히 짧은 시간 안에 탐지하고 추적해 요격해야 하며, 전자전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기존 체계들이 채택한 회전식 레이더 구조는 탐지 공백을 만들 수 있고, 군집 드론이나 고기동 표적에 대해서는 물리적 한계가 분명했다. 골키퍼의 경우 주요 운용국들이 이탈했고, 원산지 국가조차 대체 체계를 선언했다. 팔랑스 역시 지속적인 개량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위협 환경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평가가 누적됐다. 이 영역에서 미국과 네덜란드조차 돌파하지 못한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위사업청은 근접방어 영역을 더 이상 해외 체계에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기 대체가 아닌, 중장기 수명주기를 확보할 수 있는 국산 체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그 결과 CIWS-II 개발이 승인됐고, 주관 개발사는 LIG넥스원으로 선정됐다. 국방과학연구소의 핵심 기술 지원과 민간 주도의 개발 구조를 결합한 방식은 국내 수요 충족과 향후 수출 경쟁력까지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었다. 이는 기존 체계를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장 환경 변화에 맞춰 다시 설계하겠다는 접근이었다.
CIWS-II의 핵심은 고정형 다면 AESA 레이더를 중심으로 한 복합 센서 구조다. 회전식이 아닌 고정형 배열을 채택해 탐지 공백을 최소화했고, 전자광학 장비와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결합해 표적 식별과 추적 신뢰도를 높였다. 이 구성은 전자전 환경과 악천후에서도 연속 추적을 가능하게 하며, 저피탐 표적과 군집 무인기 위협까지 고려한 설계로 평가된다.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은 단순한 개발 성공을 넘어, 함정 생존성의 핵심 축이 국산 체계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가격 통제와 성능 개량, 유지보수까지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CIWS-II를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근접방어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영역이야말로 자립의 중요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화려한 공격 무기보다, 마지막 순간 함정을 살려내는 체계가 실제 전장에서 훨씬 중요하다. 오랫동안 선진국이 독점해 온 영역에서 한국이 독자 체계를 양산 단계까지 끌어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조용하지만 방향은 분명한 전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