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만 사지 않겠다” K방산 큰손 폴란드가 한국에 보낸 ‘이 경고’
||2026.02.18
||2026.02.18
한국 방산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폴란드 정부가 무기 구매 조건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단순 구매를 넘어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 글로벌 공급망 편입까지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무기 도입으로 유럽 최대 수준의 군비 확장에 나선 폴란드가 이제는 ‘고객’이 아니라 ‘파트너’가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 방산 수출국들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콘라트 고워타 폴란드 국유자산부 차관은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단순히 조립라인 유치에 만족하지 않겠다”며 기술 이전과 글로벌 공급망 편입이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수년간 폴란드가 미국 장비를 구매하면서 상호 투자 계약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안보 비용’으로 감수해왔다고 설명했다.
고워타 차관은 이 같은 방식이 폴란드를 ‘순진한 고객’으로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앞으로는 단순 소비자가 아닌 공동 생산자, 기술 파트너로서 협력 구조를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무기 수입국에서 방산 생산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으로 읽힌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지정학적 특성상 군비 확장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보고 있다.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한국산 전차와 자주포, 전투기 등을 대거 도입하며 방위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4.48%로,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4%를 넘겼고 올해는 4.8%에 달할 전망이다.
고워타 차관은 향후 5년간 1조 즈워티(약 406조 원)를 국방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 전력 증강을 넘어, 폴란드를 유럽 방산 허브로 키우겠다는 장기 구상과 연결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국내 산업에 실질적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의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SAFE를 통해 확보한 440억 유로 외에도 추가 재원을 활용해 자국 방산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한다. 특히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는 체코 CSG와 지뢰지대 공동 구축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또한 PGZ가 생산하는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피오룬(Piorun)’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전 운용되며 성능을 입증했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가 피오룬 구매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공개한 것도, 폴란드가 ‘수입국’ 이미지를 벗고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PGZ의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하며 세계 순위도 상승했다.
폴란드의 전략 전환은 한국 방산업계에 양면적 의미를 지닌다. 이미 구축된 협력 기반을 바탕으로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을 확대한다면 장기적 파트너십이 강화될 수 있다. 반면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유럽 내 경쟁 업체로 발주가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이 자체 방위산업 육성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안보 비용 분담 요구 역시 폴란드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팔고 끝내는’ 시대는 지나가고, ‘함께 만들고 함께 수출하는’ 구조가 표준이 되고 있다. 폴란드의 선언은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글로벌 방산 질서가 재편되는 신호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