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몽구의 말을 거역한 현대차 정의선이 맞이한 최후
||2026.02.19
||2026.02.19
“이건 정몽구 명예회장의 명입니다.” 참모들의 만류와 우려 섞인 보고에도 불구하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단호했다. 한국 재계에서 선대 회장의 ‘특명’을 거두는 것은 단순한 사업 변경을 넘어선 일종의 ‘금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정 회장은 그 금기를 깨뜨렸다. 10조 원의 땅값보다 더 높이 치솟으려 했던 부친의 ‘105층 초고층 꿈’을 단칼에 잘라낸 것이다. 모두가 ‘불효’ 혹은 ‘실패’를 점쳤던 이 파격적인 거역은 2026년 현재, 현대차그룹을 전혀 다른 차원의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당초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부지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10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매입한 곳이다. 105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올려 현대차가 삼성을 넘어섰다는 상징성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정 명예회장의 ‘절대 명령’이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취임 후 냉혹한 현실에 주목했다. 그는 “105층 건물을 지으면 우리 차가 더 좋아지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롯데월드타워 완공 이후 의미가 약해진 높이 경쟁 대신 실질적인 가치를 택했다.
정의선 회장은 설계를 49층 3개 동으로 변경하는 실리 경영 전략을 확정했다. 초고층 빌딩 특유의 고난도 공법 비용을 절감하고, 하중을 견디기 위한 기둥 대신 실제 사용 면적을 넓히는 공간 효율성을 확보한 것이다.
절감된 재원은 로봇, AI, 전기차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되었다. 이러한 선택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 현대차는 미국 시장 판매 신기록 경신과 역대 최고 주가 기록이라는 결실을 맛보고 있다.
설계 변경은 사업의 고질적인 걸림돌도 제거했다. 49층으로 낮추며 공군 레이더 전파 방해 등 국방부 보안 문제를 해소했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2031년 준공 목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현대차는 설계 변경에 따라 서울시에 납부할 공공기여금을 약 2,336억 원 증액한 총 1조 9,827억 원 규모로 확정하며 지역 상생이라는 실익까지 챙겼다.
재계 전문가들은 정 회장의 이번 행보를 ‘효도’라는 유교적 가치보다 ‘기업의 생존과 혁신’을 우선시한 결단으로 보고 있다. 부친의 꿈이었던 건물 높이를 포기하는 대신,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거점으로서의 내실을 기하며 진정한 기업 가치 제고를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