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과 '케데헌'도 똑같이?..AI 시댄스 2.0가 몰고 온 두려움
||2026.02.20
||2026.02.20
최근 아일랜드 출신 루어리 로빈슨 감독이 자신의 SNS에 15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를 똑 닮은 인물들이 싸우는 장면을 담고 있다. 실제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실감 나는 영상은 루어리 로빈슨 감독이 최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출시한 AI(인공지능)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 2.0’을 통해 만든 것이다. 그는 “시댄스 2.0에 두 줄의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댄스 2.0이 몇 가지 명령어만으로 오디오를 포함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을 자랑하는 가운데 루어리 로빈슨 감독의 영상과 발언은 화제를 넘어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파장을 키우고 있다. 이에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바이트댄스를 향해 비판과 경고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와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시댄스 2.0 서비스가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바이트댄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자사의 지식재산(IP) 침해를 막을 조치를 마련하라는 내용을 담은 ‘중단 및 금지(cease-and-desist)’ 서한을 바이트댄스에 보냈다. 넷플릭스 측은 “시댄스 2.0, 서비스가 우리의 상징적인 캐릭터, 세계관, 각본 서사를 활용해 대량의 무단 2차 저작물을 생성하는 고속 해적판 엔진처럼 작동한다”면서 “넷플릭스는 바이트댄스가 우리의 소중한 IP를 무료 공공 도메인 클립아트처럼 취급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이번 조치는 앞서 디즈니,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등과 함께 미국 영화협회가 내놓은 경고에 이은 것이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넷플리스는 특히 ‘기묘한 이야기’·‘오징어 게임’·‘브리저튼’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기도 했다.
‘브리저튼’ 시리즈의 경우, 시즌 4의 가장무도회 장면을 배경으로 한 의상이 무단으로 묘사된 영상들이 유포되고 있다고 넷플릭스는 주장했다. 또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상징적인 출연진과 괴물 캐릭터를 정교하게 재현한 영상”도 지적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세트와 영희 인형 등도 생성됐다고 말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시각적 스타일과 캐릭터 디자인, 특히 주인공 루미를 재현한 영상 클립도 만들어졌다”고도 밝혔다.
이에 넷플릭스는 시댄스 2.0의 학습데이터에서 자사 콘텐츠를 없애고, 이미 생성된 영상을 삭제하며 IP 유사 콘텐츠 생성도 막으라고 요구했다.
할리우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바이트댄스는 저작권 및 배우 초상권을 무단 사용해 이를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적재산을 존중하며, 시댄스 2.0과 관련해 제기된 우려를 알고 있다”는 바이트댄스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댄스 2.0의 등장은 영화를 비롯해 전 세계 영상산업을 주도해온 할리우드에 상당한 충격과 파장을 몰고 왔다. AI 관련업계는 시댄스 2.0이 기존 AI가 생성하는 영상에서 보였던 단점을 개선함으로써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댄스 2.0과 같은 서비스가 더 확대될 경우 배우의 초상권을 포함해 기존 영상산업의 제작 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시댄스 2.0에 대한 대응은 이를 방증한다. 지난 2023년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 조합이 AI 기술력에 대한 위기감을 파업으로 드러낸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위기감은 일자리와 영상 콘텐츠 제작 능력 침해 등 두려움이 되어 향후 할리우드는 물론 전 세계 영상산업 종사자들에게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AI의 기술력은 더욱 진화하고 발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영화전문지 데드라인은 시댄스 2.0이 “AI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혁신적인 기술로 빠르게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AI 콘텐츠 제작자들은 현재 보기 좋은 생성형 영상도 내일이면 형편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면서 “시댄스 2.0은 바로 이런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