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으로 무장한 폴란드가 부러워” 한국 무기로 전신을 도배했다는 ‘이 나라’
||2026.02.22
||2026.02.22
2025년 12월, 페루 육군 본부에서 K2 전차 54대와 K808 차륜형 장갑차 141대를 도입하는 총괄 합의서가 체결됐다. 금액은 약 20억 달러, 우리 돈 2조 9천억 원 수준이다. 중남미 방산 수출 역사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그러나 이번 계약의 본질은 단순한 1차 물량 확보가 아니다. 페루는 2040년까지 K2 전차 150대, K808 장갑차 280대를 포함해 약 1천 대에 이르는 기갑 전력을 단계적으로 교체하겠다는 장기 청사진을 세웠다. 여기에 3,400톤급 다목적 호위함 공동 건조와 차세대 잠수함 공동 개발까지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육·해군을 아우르는 구조 개편이 한국산 체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이 선택은 남미 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준다. 칠레와의 군사력 격차, 중국산 장비 품질 논란, 노후화된 구소련제 장비의 유지비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페루는 방향 전환을 택했다.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나는 여러 차례 남미 군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페루군 장비 운용 실태를 직접 확인한 바 있다. 여전히 T-55 전차와 AMX-13 경전차가 현역으로 남아 있고, 소총도 국가별로 혼용되는 모습이었다. 부품 수급은 불안정했고, 정비 체계는 단절적이었다. 장비는 돌아가지만 체계는 이어지지 않는 구조였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K2 전차다. 1,500마력 국산 파워팩을 기반으로 고지대 기동을 고려한 출력 안정성을 확보했고, 사격통제체계와 복합장갑 기술은 최신 전장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안데스 산악지형은 고도와 기후 변화가 극심하다. 엔진 신뢰성과 변속기 내구성은 단순 제원이 아니라 생존성과 직결된다. K808 장갑차 역시 병력 수송과 기동 타격을 동시에 고려한 플랫폼으로, 향후 파생형 확장이 용이하다.
현장에서 확인한 페루 측의 관심은 단순 구매가 아니라 ‘체계 통합’에 있었다. 설계, 생산, 기술 이전, 군수 지원을 일괄 제공하는 한국의 패키지 제안은 기존 공급국과 결이 달랐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납기 준수와 안정적 공급망을 전제로 한 ‘원패스’ 체계다. 한국은 폴란드, 필리핀 등과의 대형 계약을 통해 단기간 대량 생산 능력을 입증했다. 이는 단순 홍보가 아니라 실적 기반 신뢰다. 페루는 1단계 한국 생산, 2단계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으로 이어지는 2단계 모델을 수용했다. 현지 조립과 부품 생산이 병행되면 장기적으로 자주적 정비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배타적 조달권 확보다. 이는 단순 우선협상권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한국 체계를 중심으로 도입을 확장하는 구조다. 금융 협력까지 병행되면서 방산 계약은 산업·외교 협력으로 확장된다. 방산이 외교의 도구가 아니라 전략 동반의 매개로 기능하는 장면이다. 유럽의 폴란드, 동남아의 필리핀에 이어 남미의 페루까지, 거점은 대륙 단위로 넓어지고 있다.
2040년까지 이어질 페루의 전력 현대화 계획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다. 기갑 1천 대 규모는 남미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칠레와의 균형, 주변국과의 억지력, 내부 치안 안정까지 복합적 효과를 노린 포석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안정적 수출 기반 확보는 연구개발 재투자로 이어진다. 수출 물량은 단가를 낮추고, 후속 개량 사업을 촉진한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페루의 정치적 불안, 예산 집행의 지속성, 현지 생산 전환 과정에서의 기술 보호 문제가 그것이다. 장기 계약은 상호 신뢰가 전제다. 지금은 출발선이다. 향후 5년 내 2단계 현지화가 안착하느냐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흐름이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면 남미에서 한국산 체계의 표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20년 넘게 군 현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계약은 단순 수출 성과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 우리는 장비를 들여오던 국가였다. 이제는 설계와 생산, 군수와 금융을 묶어 제안하는 위치에 섰다. 현장에서 느낀 페루 측의 반응은 ‘가격’이 아니라 ‘완결된 체계’에 대한 신뢰였다. 무기 하나가 아니라 운용 개념과 지원 구조를 함께 수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성과에 취해선 안 된다. 납기와 품질, 후속 군수지원에서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어야 장기 구도가 유지된다.
안데스 고산 환경에서의 파워팩 출력 유지와 냉각 효율 검증 데이터의 지속 축적
현지 생산 전환 과정에서의 핵심 기술 보호 체계 정교화
남미 정치·재정 리스크에 대비한 금융·보증·보험 구조 다층화
후속 군수지원과 현지 인력 교육을 연계한 자립형 MRO 체계 구축
해군 공동 개발 사업에서의 일정 관리와 품질 통제 표준 확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