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그림자 짙었다…‘휴민트’ 조인성·신세경, 액션 빛났지만 이야기엔 아쉬움
||2026.02.23
||2026.02.23
[EPN엔피나우 고나리 기자]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남북한 비밀 요원들의 첩보전을 그리며 관객 앞에 섰다. 이번 작품은 감독이 직접 밝힌 ‘베를린’ 세계관의 후속 무대이기도 하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지만, 그 화려함 뒤로 숨은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주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 스펙터클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감정을 흔드는 데에는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빛과 소리를 조합한 전술적 액션이 주목을 받았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형광등을 활용하거나 차량의 전조등으로 상대를 교란하는 장면 등에서 류승완 감독 특유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약 20분가량 이어진 후반 액션은 대사 없이 긴장감을 유지했고, 순수한 연출력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액션을 이끌 인물 서사의 힘이 부족했다. 조인성이 연기한 국정원 블랙 요원 ‘조 과장’은 첩보원 특유의 냉정함을 보였으나, 이미 드라마 ‘무빙’에서 선보인 블랙 요원 이미지를 쉽게 지우기 어려웠다. 극 중 조 과장이 정보원을 지키려 목숨을 거는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캐릭터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정민은 북한 정보 요원을 맡아 섬세하고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사랑에 빠지는 감정선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인물 변화가 자연스럽지 못했고, 배우의 역량이 대본의 허점을 억지로 감싸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한, 신세경이 연기한 채선화는 위기에 처하고도 흔들림 없는 외모를 유지하는 모습으로, 극적인 상황과 이질감이 있었다. 관객은 과거 ‘베를린’에서 전지현이 보여준 힘겨운 맨얼굴 연기를 떠올리며 몰입에 다소 불편함을 느꼈다.
‘휴민트’라는 제목은 첩보 활동의 본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영화에서는 초반 정보전의 긴장감을 중반 이후 감성적 드라마로 급전환하면서, 인물 간의 현실적 갈등은 희미해졌다.
이번 작품은 뛰어난 액션과 높은 연출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인물 서사에서 힘을 잃으며 ‘베를린’이 남긴 명작의 아성을 단번에 넘어서지 못했다는 뼈아픈 평가가 더해진다.
사진=N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