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전투기 경쟁 붙었지만 ‘한국은 없는 이유’
||2026.02.25
||2026.02.25
미국과 유럽이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유럽 내부에서는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추진해온 미래전투항공시스템(FCAS)은 차세대 전투기와 협동 전투 무인기, 네트워크 전장을 통합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사업 주도권과 기술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며 분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럽 항공우주 기업 에어버스는 필요할 경우 단독 개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6세대 전투기 개발이 단일 기업 역량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6세대 개념은 단순한 기체 성능을 넘어 인공지능, 유·무인 복합 운용, 초연결 데이터 전장을 포함한다. 막대한 예산과 장기간 연구개발이 요구되는 만큼 유럽 내부 협력이 흔들릴 경우 사업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FCAS 갈등의 중심에는 설계 권한과 산업 주도권 문제가 있다. 프랑스는 다쏘항공을 중심으로 핵심 설계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입장이다. 라팔 전투기를 통해 설계와 생산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해온 경험이 배경이다. 엔진 분야에서도 사프란이 독자 개발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에어버스는 다국적 협력 구조 속에서 성장해온 기업으로, 핵심 하위 시스템에서 파트너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산업 구조 차이가 협상 과정에서 긴장 요인으로 작용한다. 6세대 전투기는 단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체계 통합 사업이다. 따라서 설계 철학과 기술 축적 방식의 차이는 사업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유럽조차 내부 합의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6세대 개발이 얼마나 복잡한 과제인지 보여준다.
이와 달리 한국은 아직 독자적인 6세대 전투기 사업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대신 KF-21 보라매를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블록 1과 블록 2 개발을 거쳐 내부 무장창 탑재와 스텔스 성능 강화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기간에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체계를 고도화해 기술을 축적하려는 접근이다. 6세대 전투기 개발에는 천문학적 비용과 수십 년 단위의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은 방산 수출 확대와 전력 공백 최소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 조건에 놓여 있다. 따라서 KF-21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을 다지며 점진적으로 도약하는 전략은 위험을 분산하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는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 판단이다.
한국군은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구축을 목표로 협동 전투 무인기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KF-21과 무인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장 정보를 공유하고 임무를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는 6세대 전투기가 지향하는 핵심 개념과 맞닿아 있다. 유인 전투기는 지휘와 판단을 담당하고, 무인기는 위험 지역 침투와 정찰, 일부 타격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런 체계가 완성될 경우 단일 기체 성능을 넘어서는 종합 전투력이 확보된다. 또한 데이터 융합과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지원 기술이 함께 발전한다. 한국은 플랫폼 혁신보다는 체계 통합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완전한 6세대’가 아니더라도 유사한 작전 능력을 단계적으로 구현하는 전략이다.
6세대 전투기 개발은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장기 프로젝트다. 미국과 유럽도 내부 조율과 예산 문제로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서두르지 않고 기술을 축적하는 선택은 현실적 대안으로 보인다. KF-21의 성능 개량과 수출 확대는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연구개발 재원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향후 엔진, 스텔스 소재, 항전 장비 자립도가 높아질수록 독자 차세대 플랫폼 개발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6세대 경쟁은 단순히 먼저 선언하는 국가가 아니라, 끝까지 지속할 수 있는 국가가 승자가 된다. 한국은 정면 승부 대신 단계적 진화를 택했다는 점에서 독자적 길을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