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돌풍 가른 해석’…장항준·유해진, 사극의 경계와 600만 이상 의미
||2026.02.26
||2026.02.26
[EPN엔피나우 고나리 기자]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23일 만에 6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영화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누적 매출은 약 550억 원을 기록했고, 약 180억 원이 투입된 작품임에도 이미 손익분기점 450만 명을 크게 상회했다. 이 작품은 극장가 경쟁 속에서도 정상을 유지 중이다.
장항준 감독이 도전한 이번 사극은 감독에게 무거운 책임과 부담을 요구하는 장르로, 통상적으로 안정적인 이름이 선택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장항준은 인물 간의 관계와 리듬 있는 대사, 그리고 장르 특유의 긴장감 속에서 한 박자 비켜가는 유머로 균형을 이루는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을 영화에 반영했다.
영화의 주요 포인트는 전통 사극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해석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데 있다. 단조로움이나 장르의 새로움보다 오히려 몰락 이후의 존재를 깊이 있게 보여주며, 권위가 사라진 시점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변화를 섬세하게 다뤘다.
‘왕과 사는 남자’는 높은 권위를 강조하는 기존 사극의 관습을 뒤로하고, 왕을 상징적 지위가 아닌 공동체 속의 관계로 재배치했다. 이러한 시점의 전환은 극 중에서 왕의 감정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반응과 감정의 층위에 힘을 싣게 했다.
극에서 겸상 장면은 그 구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주었다. 왕과 천민이 한 상에 마주 앉은 모습은 권력이 위가 아닌 함께해야 할 현실임을 암시하며, 이를 통해 관객은 전통적 권위보다는 공동체 내 사람들의 일상과 반응에 더 크게 주목하게 된다.
특히 유해진은 분노와 연민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선을 담아내며, 그동안 자신에게 익숙한 연기를 한층 더 조율했다. 생활감 넘치는 연기와 자연스러운 유머로 과장된 감정을 절제했으며, 감정의 흐름을 통해 관객이 쉽게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극장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600만 관객이 이 영화에 반응했다는 점은, 이제 대중의 선택이 단순한 권력이나 장엄함이 아닌, 다양한 관계와 연민에 머무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왕의 위엄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를 관찰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감정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됐다.
장항준 감독은 사극의 형식을 깨지 않으면서도 왕이 아닌, 그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중심에 두는 방식으로 시대 변화의 흐름을 드러냈다. 이 영화가 남긴 기록은 단순한 수치의 의미를 넘어, 권력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사극의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