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이야기 직접 연기했다’…엄춘미, ‘왕사남’ 출연에 숨은 뿌리의 감동
||2026.03.05
||2026.03.05
[EPN엔피나우 고나리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화제를 더했다. 실제 인물 엄흥도의 직계 후손이 작품에 직접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30세손 엄춘미(57)가 충북 청주의 청년극장 소속 배우로서 영화에 등장했다. 엄춘미는 단종이 폐위된 뒤 유배지인 강원도 영월 광천골의 마을 주민 역을 맡으며, 대사 없이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직계 조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게 된 점에 대해 엄춘미는 “가족끼리만 알고 있던 조상님의 사연이 영화로 다시 조명받으니 감회가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년극장은 엄흥도 역의 유해진이 연기 인생을 시작한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유해진이 청년극장 창단 40주년 연극 ‘열 개의 인디언 인형’ 기념 무대에 특별 출연했고 엄춘미 역시 함께 올랐다. 공연 관람차 방문한 장항준 감독이 극단 배우들에게 역할을 제안하면서 인연이 이어졌으며, 이후 오디션을 거쳐 엄춘미 포함 약 10명의 극단 배우들이 영화에 합류했다.
영화 촬영을 계기로 자신의 뿌리를 다시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엄춘미는 “처음에는 직계가 아니라 생각했지만, 친정오빠의 말에 다시 족보를 찾아보고 아버지가 여자 이름까지 기록해둬 확실히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엄흥도는 조선 세조 시기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것으로 전해진 인물이다. 당시 그는 “의로운 일을 하고 화를 입는 건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가족을 데리고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진다. 엄춘미는 본관 영월 엄씨 군기공파 충의공계 30세손임을 확인했다.
영화에서 대사가 없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출연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엄춘미는 “잠깐이지만 조상님을 다룬 영화에 직접 참여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조상님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기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조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기억도 털어놨다. 단종 시신을 수습한 인물이 조상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면 특별한 반응 대신 무심한 반응을 받았던 경험을 회상했다.
또한, 엄춘미는 생전에 자손임을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쉬움을 전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부모님 납골당에 들러 영화 촬영 소식을 알리고, 영월과 종친회에 함께했을 것”이라면서, 촬영 전 부모님을 찾아 영화의 성공을 빌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엄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