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세상과 영화 향한 애정..흥행 ‘왕과 사는 남자’로
||2026.03.08
||2026.03.08
현대무용수에서 모델로, 다시 배우로, 이어 감독으로. 이에 더해 영화 스태프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펼치며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왔다. 그런 끝에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의 지지까지 얻었다.
배우 유지태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1000만 관객 흥행의 단맛을 보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1000만 관객수를 넘어선 영화는 7일 현재까지 1080만4200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불러 모았다. 7일 하루 75만4000여명을 동원한 ‘왕과 사는 남자’는 일요일인 8일에도 엇비슷한 규모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전망이어서 조만간 1200만명도 넘볼 수 있게 됐다.
유지태가 자신의 작품으로 1000만 관객을 만난 것은 ‘왕과 사는 남자’가 처음이다. 1998년 영화 ‘바이 준’으로 연기자로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관객에게 다가섰지만 이만한 ‘대박 흥행’의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그만큼 유지태에게 ‘왕과 사는 남자’는 또 다른 의미에서 뜻깊은 무대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16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서 쫓겨난 단종 이홍위(박지훈)가 강원 영월의 한 마을에 유배되면서 그곳 촌장 엄흥도(유해진)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인간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유지태는 권력 찬탈에 나선 단종의 숙부 수양대군의 최측근 책사인 한명회 역을 연기하며 악역의 강렬한 눈빛으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실제로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 게시판에는 “연기 잘 하시네요. 많이 화났어요”(o*****) “유지태 등장할 때 압도감이 상당하다”(지*****) “아! 정말 그 눈빛! 최고 악역!”(지*******) “유지태 눈빛이 무서웠다”(빛****) 등 관객들의 호평 가득한 감상평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지난 2013년 913만명의 관객을 모은 송강호·이정재 주연 ‘관상’을 비롯해 이전 ‘파천무’ ‘한명회’ ‘왕과 비’ 등 TV 대하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한명회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킨 성과이다. 특히 허름한 듯 왜소하지만 온갖 권모술수로 수양대군의 권력 찬탈을 부추긴 인물에서 벗어나 장대한 몸집과 강한 카리스마로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가 그려온 캐릭터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왕과 사는 남자’의 연출자 장항준 감독은 장항준 감독은 "그동안 한명회는 왜소하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하게 그려진 인물이었달“면서 ”(역사적)기록 중 기골이 장대하고 인물이 수려하다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한명회를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와 유지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장 감독의 캐스팅 의도가 적중했음을 보여준다. 유지태는 이를 구체화했고,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유지태는 “극 중 한명회가 꼭 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그는 영화의 척추 같은 느낌의 인물이어서 잘 그려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장 감독이 그동안의 한명회가 아닌 힘이 있는 한명회를 그리고 싶다고 해 새로운 변신이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쌓아온 실력과 재능이 아니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기도 하다.
현대무용을 꿈꿨지만 부상을 입으면서 모델로 진로를 바꾼 그는 2000년대 초반 184cm의 큰 키임에도 섬세하고 여린 캐릭터로 젊은 배우의 탄생을 알렸다. ‘주유소 습격사건’과 ‘동감’, ‘봄날은 간다’가 그랬다.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그가 전혀 다른 감성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음을 보여줬다. 자신의 누이를 앗아간 남자의 한 치 혀를 향해 극한의 복수를 꿈꾸는 남자의 처연한 눈빛이 그 무기였다.
이후 그는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장윤현 감독의 ‘황진이’, 김상만 감독의 ‘심야의 FM’ 등 다양한 장르와 색깔의 이야기에서 다채로움을 뽐냈다. 특히 ‘심야의 FM’으로부터 ‘꾼’ ‘돈’ 등에서 보여준 악한 인간의 본성과 내면을 드러내는 데에도 맞춤한 배우임을 입증했다. 그리고 만난 무대가 바로 ‘왕과 사는 남자’이다.
그러는 사이 2003년 ‘자전거 소년’으로 시작해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나도 모르게’ 등 단편과 2013년 장편 ‘마이 라띠마’ 등 영화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나서며 또 다른 재능을 과시해왔다.
촬영현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스태프의 부상과 그 이후 치료 과정을 지켜보며 스태프의 처우 개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그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또 인디스페이스를 통해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상영회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오는 등 독립영화에 대한 끊이지 않는 책임감도 드러내왔다. 이에 지난해 말에는 여성영화인모임이 주는 ‘강수연상’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유지태가 ‘왕과 사는 남자’로 맛보고 있는 흥행의 달콤함은 지금까지 그가 내어 보인 영화에 대한 애정에도 기대고 있다 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차분해 보이는 얼굴의 무던한 표정을 그는 잃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