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간 가족을 딱 2번 만난…돈 보내는 기계가 된 가여운 연예인
||2026.03.27
||2026.03.27
1980년대 후반 ‘네로 25시’의 충신 페트리니우스 역으로 안방극장에 큰 웃음을 선사했던 개그맨 정명재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온 가슴 아픈 사연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1995년 아내와 두 자녀를 미국으로 떠나보낸 후, 그는 어느덧 29년째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정명재가 가족을 미국으로 보낸 결정은 본래 본인의 의사가 아니었다. 그는 과거 방송을 통해 “아이들이 어릴 때 떠나는 것에 반대했지만, 결국 아내의 권유로 보내게 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별 직후 들이닥친 IMF 외환위기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환율이 폭등하면서 송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방송 일과 사업이 모두 어려워지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12년 동안 반지하 방을 전전하며 홀로 끼니를 해결했다. “미국에 한 번 다녀오려면 당시 돈으로 1,0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그 돈이면 가족들이 몇 달을 더 윤택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방문조차 포기하고 돈만 보냈다”는 그의 말에는 가장으로서의 처절한 책임감이 묻어났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버텼지만, 긴 이별의 시간은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를 앗아갔다. 정명재는 미국에 있는 가족을 6년 만에 처음 보러 갔던 당시의 충격적인 일화를 공개했다.
공항에서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딸을 안으려 했지만, 훌쩍 커버린 딸은 낯선 아빠의 손길을 거부하며 피했다. 정명재는 “나는 매달 돈을 빌리고 갚으며 가족을 위해 살았는데, 정작 딸에게 나는 아빠가 아니라 그저 ‘돈 보내는 기계’였던 것 같아 공항에서 펑펑 울었다”고 털어놨다. 딸과의 서먹함을 해소하는 데 5일이 걸렸지만, 마음의 벽을 허물자마자 그는 다음 날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현재 정명재는 경기도 일산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홀로 지내고 있다. 자녀들은 이미 성인이 되어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며, 현지 문화에 익숙해진 탓에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희박한 상태다. 동료 개그맨 최양락이 “이 정도면 가족들이 안 돌아오는 것 아니냐”고 뼈아픈 농담을 던질 때도 그는 “언젠가는 모여 살 것”이라며 덤덤하게 희망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기 유학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남기기도 했다. “아이들이 미국 생활에 젖으면 한국 문화를 낯설어하게 된다. 결국은 가족을 뺏기는 것과 다름없다”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29년이라는 긴 세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정작 본인은 가족의 곁에 머물지 못한 정명재. 그의 사연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적인 교육’과 ‘가족의 행복’ 중 무엇이 진정으로 우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