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에게 한마디 했다는 이유로 여기자 곧바로 좌천당해 ‘논란’
||2026.03.30
||2026.03.30
과거 MBC 내에서 벌어졌던 이른바 ‘양치대첩’ 사건이 다시금 회자되며 공영방송 내 조직 문화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단순한 선후배 간의 말다툼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후폭풍이 상식 밖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3년 가을, MBC 사옥 내 여자 화장실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경제부 소속이었던 양윤경 기자는 화장실에서 배현진 아나운서가 수돗물을 콸콸 틀어놓은 채 양치를 하며 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에 양 기자는 “물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으니 잠그고 양치를 하라”고 권유 섞인 지적을 건넸다.
하지만 배 아나운서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내가 양치하는데 물 쓰는 것까지 선배 눈치를 봐야 하느냐”며 응수했고,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양 기자가 “MBC 앵커인데 당연히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며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진정한 문제는 사건 다음 날부터 발생했다. 양 기자는 출근 전 노조 간사로부터 “배현진과 무슨 일이 있었느냐,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알고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출근 직후 부장의 호출이 이어졌고, 회사는 양 기자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 심지어 단순 해프닝을 조사하기 위해 ‘진상조사단’이 꾸려졌으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화장실 복도 CCTV까지 확인하는 유례없는 조사가 진행되었다.
이후 양 기자는 정기 인사에서 비제작 부서인 미래방송연구소로 전보 조치되었다. 양 기자는 훗날 인터뷰를 통해 “해당 사건이 직접적인 방아쇠가 되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보도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4년 가까이 비제작 부서에서 사실상 업무 배제 상태로 머물러야 했다.
당시 MBC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배현진 아나운서가 2012년 파업 중단을 선언하고 앵커로 복귀하며 경영진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과잉 대응’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소녀시대’로 불릴 만큼 사측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배 아나운서와의 갈등이 곧 인사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조직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양 기자는 2017년 기자간담회에서 “특정인과의 갈등을 폭로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MBC에서 얼마나 황당하고 쉽게 사람이 쫓겨날 수 있었는지를 말하고 싶었다”며 사건의 본질이 개인 간의 감정싸움이 아닌 권위주의적 경영 실태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른바 ‘양치대첩’은 단순한 물 절약 권고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끝은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내부 민주주의가 무너졌던 한 시대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씁쓸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