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란의 "경이로운 퍼포먼스"..영화 ‘내 이름은’, 다시 4월
||2026.03.31
||2026.03.31
“이제 엄마 이름으로 살아갑서.”
78년의 세월.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감춰야 살아낼 수 있었던 세월이다. 그 억울함과 맺힌 한을 풀어낼 길 없는 이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이름을 찾아 세상을 향해 눈물을 흘린다. 잔혹한 국가폭력에 의해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목숨을 잃고 구천을 떠도는 수많은 영혼들이 살아남은 자들의 눈물을 여전히 마주하는 현실, 영화는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까.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이어진 학살의 참혹함, 제주 4·3의 아픔이 새삼 다가서는 가운데 이를 그려낸 영화가 오는 15일 개봉한다.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으로 현실을 치밀하게 응시한 영화를 선보여온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이다. 영화는 1998년과 1949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4·3의 아픔을 드러낸다.
‘내 이름은’은 촌스러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싶은 18세 소년 영옥(신우빈)과 그의 어머니 정순(염혜란)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고교생인 영옥이 겪는 학교의 현실과 1949년 봄이 남긴 고통스런 생채기에 시달리는 그의 엄마의 아픔을 교차시키며 폭력의 잔혹함을 드러낸다.
특히 영화는 억척스럽게 홀로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 정순이 아들에게 ‘영옥’이라는 이름을 주어야 했던 사연을 통해 폭력의 희생자로서 자신을 지워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대의 참담함을 그린다.
정순을 연기한 염혜란의 저력은 이 같은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제주를 배경으로 신산한 세월을 살아낸 어머니 역을 연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또 다시 제주의 어머니로 나선 그는 과거가 남긴 상처에 휘둘림당하며 복잡다단한 내면을 드러낸다.
올해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의 주연으로서 염혜란에 대해 외신들은 “역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체화해 낸 경이로운 퍼포먼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정지영 감독은 정순 역에 “두 번의 망설임 없이 염혜란을 떠올렸다”면서 “그에게는 제주 여성들이 가진 남다른 강인함과 생명력이 보인다”고 찬사했다.
이들이 새삼 드러내는 4·3의 아픔과 그 국가폭력의 수많은 희생자들과 가족들이 잃어버렸던, 아니 애써 지우려 했던 이름은, 다시, 봄, 관객의 힘에 기대 돌아올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