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배우와 유명 가수…알고보니 父만 같고 母만 다른 ‘이복 형제’
||2026.04.01
||2026.04.01
1990년대 대한민국 연예계를 상징하던 두 아이콘, ‘야수’ 가수 임재범과 ‘하이틴 스타’ 배우 손지창이 사실은 아버지가 같은 이복형제라는 사실은 당시 대중에게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을 안겼다. 화려한 조명 아래 각기 다른 길을 걷던 두 남자가 한 뿌리에서 난 혈육임을 확인하기까지, 그 이면에는 시대의 명암이 투영된 비극적인 가족사가 숨어 있었다.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은 1960년대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故 임택근 아나운서의 복잡한 사생활에서 비롯됐다. 임재범은 두 번째 부인 사이에서, 손지창은 세 번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이들의 유년기는 결코 유복하지 않았다. 임재범은 아버지의 그늘 아래 있었음에도 고아원과 할머니 댁을 전전하며 정서적 결핍 속에 자랐고, 손지창은 어머니의 성을 따른 채 ‘사생아’라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이모부의 손에 자라며 성씨까지 바꿔야 했던 손지창에게 생부는 그리움보다 원망의 대상에 가까웠다.
성인이 되어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우연히 펼친 잡지 한 장이었다. 잡지 속 손지창의 사진을 본 임재범은 본능적으로 혈육의 이끌림을 느꼈고, 평소 집안의 소문을 통해 동생의 존재를 짐작하고 있던 그는 지인을 통해 조심스럽게 만남을 제안했다. 사실 손지창 역시 시나위의 보컬 임재범이 자신의 형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의 만남은 예정된 운명과도 같았다.
마침내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형제는 서로를 확인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한 채 오열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남남으로 살아온 세월의 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임재범은 홀어머니 밑에서 고생한 동생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고, 손지창은 자신을 먼저 찾아준 형에게 마음을 열며 비로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확인했다. 두 사람은 그날 밤 손지창의 자택으로 자리를 옮겨 밤새도록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형제의 연을 맺었다.
이후 2001년, 임재범의 결혼을 앞두고 성사된 아버지 임택근과의 삼자대면은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수십 년의 응어리는 쉽게 녹지 않았다. 손지창은 훗날 방송을 통해 아버지가 사과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먼저 챙기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술회하며 깊은 상처를 드러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임재범은 아버지를 용서하며 화해의 길을 택했지만, 2020년 임 전 아나운서의 별세 당시 임재범이 홀로 상주를 맡고 손지창은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는 모습은 이들 가족사가 남긴 긴 그림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비극적인 가족사로 시작해 극적인 상봉으로 이어진 임재범과 손지창의 이야기는 단순한 연예계 가십을 넘어, 혈연이라는 끊을 수 없는 유대와 용서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출발점은 서로 달랐으나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형제가 된 두 사람은, 이제 대중에게 각자의 영역을 묵묵히 지켜나가는 든든한 동료이자 유일한 혈육으로서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