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광해·왕의 남자 그리고 왕과 사는 남자..사극 영화는 왜 통(通)하는가
||2026.04.04
||2026.04.04
‘왕과 사는 남자’가 전국 누적 1600만 관객을 넘보는 가운데 ‘명량’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사극 영화의 흥행 가도를 이어 달리고 있다. 앞선 사극 영화를 관통하는 몇 가지 요인이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한 덕분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 6대 임금 단종 이홍위(박지훈)가 숙부 수양대군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난 뒤 강원도 산골마을로 유배를 떠난 뒤 촌장 엄흥도(유해진)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과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엄혹한 시대와 잔혹한 권력 앞에서도 이들이 전하는 따스하고 웅숭 깊은 인간애가 3일 현재까지 1587만3000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관객의 지지를 얻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가 그려낸 이 같은 이야기는 앞선 흥행작인 김한민 감독의 2014년작 ‘명량’(1761만6600여명), 2012년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4000여명), 2005년 12월 이준익 감독이 선보인 ‘왕의 남자’(1051만3000여명)의 흥행세를 그대로 잇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작품들은 모두 역사적 사실의 기반 위에 영화적 허구와 상상력의 이야기를 얹은 이야기이다. 이른바 ‘팩션’(Faction)이라 불리는 구성이다.
‘명량’은 조선 임진왜란의 전란 속에 바다를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 뜨거운 인간적 면모을 그려내면서 당대 평범한 이들의 처절한 투쟁을 담아냈다. ‘광해’는 광해군과 똑같이 생긴 하층민 만담꾼이 임금 노릇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백성을 바라보는 권력자의 시선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왕의 남자’는 연산군의 시절, 시대를 풍자하는 광대들의 이야기를 내세워 스러져가는 백성들의 아픔을 담아냈다.
이는 ‘왕과 사는 남자’가 그려낸 단종과 소박한 산골 마을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와 그대로 통한다.
대진대 신강호 교수는 ‘천만 사극 영화의 흥행 요소 분석 연구: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을 중심으로’(2016년)에서 “역사 교과서도, 다큐멘터리도 아닌 허구의 창작물이기에 제작진의 의도와 주제에 맞게 변형, 각색된다”면서 “천만 사극을 이룬 흥행 요소 가운데 하나는 역사적 사실의 근거 속에서 대중적 관심을 끄는 매혹적인 허구의 조합인 팩션”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이어 “대중은 무미건조한 역사의 실존 인물들이 개성과 매력을 지닌 영화 속 캐릭터로 새롭게 태어날 때 더욱 관심을 보인다. 따라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는 영화 감상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도 부연했다.
‘명량’의 이순신(최민식),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만담꾼 하선(이병헌)과 도승지 허균(류승룡), ‘왕의 남자’의 광대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 연산군(정진영), ‘왕과 사는 남자’의 이홍위와 엄흥도 등 캐릭터들은 역사적 기록이 담아내지 못한 인물들의 생생함을 더하면서 관객에게 다가섰다.
이들은 “시대의 부당함과 어려움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는 용기로 휴머니즘을 전하며 현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이에 기댄 영화의 흥행은 극 중 이야기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관객의 새로운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에 단종의 묘와 그가 실제로 머물렀다는 강원도 영월군 광천골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고, 단종의 시대를 담은 다양한 도서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것도 이를 말해준다.
신 교수는 “익숙한 역사적 사실관계에서 파생된 그럴 듯한 허구의 인물들과 흥미진진한 사건들은 영화 이후에도 관련한 역사적 정보를 캐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