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임신부, 지옥의 4시간... 대구→분당 이동 끝에 첫째 숨져
||2026.04.06
||2026.04.06
대구에서 조산 통증을 호소하던 28주 차 쌍둥이 임신부가 병원 이송 과정에서 4시간 넘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끝에 신생아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뇌손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미국 국적의 임신부가 전날 밤부터 통증을 느꼈고 남편 A씨는 오후 10시 16분경 대구 지역 산부인과에 진료를 요청했으나 진료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대학병원 방문을 안내받았다.
이후 통증이 심해지자 다음날 오전 1시 39분경 119에 신고가 이뤄졌다. 약 10분 뒤 임신부는 구급차에 탑승했지만 병원 수용이 어려워 호텔 앞에서 약 50분 동안 출발하지 못했다.
구급대는 대구 지역 주요 병원 7곳에 연락했으나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와 신생아 수용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이송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임신부를 직접 차량에 태워 평소 이용하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아내는 조산 예방 차원에서 자궁 입구를 묶는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며 "진통이 온 당시 배 속 아이들과 아내 모두 생명이 위험했다"고 말했다.
이동 중에도 병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연락이 이어졌다. A씨가 운전하는 동안 시어머니는 경북과 충북 지역 119에 연락해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았다.
오전 3시 20분경 경북 구미 선산IC 인근에서 119구급대와 만났지만 환자 정보 전달 오류로 추가 이송이 지연됐다. 당시 구급대는 대구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후 다시 이동을 이어간 A씨는 오전 4시 42분경 충북 음성 감곡IC 부근에서 또 다른 119구급대와 접촉해 분당서울대병원 이송을 요청했다. 당시 활동일지에는 임신부의 양수 파열과 혈압 저하가 기록됐다.
최초 신고 이후 약 4시간이 지난 오전 5시 35분경 임신부는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산모는 치료를 받아 생명을 건졌지만 제왕절개로 태어난 쌍둥이 가운데 첫째는 저산소증으로 하루도 지나지 않아 숨졌고 둘째는 뇌손상 진단을 받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아내를 돌보던 중 간호사에게서 '아기가 곧 사망할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안아줘야 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첫째 아이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곤란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곤란' 신고 건수는 2023년 5만8520건에서 지난해 11만9990건으로 증가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119의 초기 대응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위험 임신부 수용이 가능한 시설과 인력, 병상이 모두 갖춰진 병원은 전국에서도 손꼽는다"며 "출동할 때부터 대구 내 병원의 진료 가능 여부를 파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는 가장 큰 구조적 원인은 법적 책임 부담"이라며 "병원은 '최종 치료'를 할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를 받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책임을 우려해 환자 수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적 보완과 인프라 구축의 책임을 국가가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