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황당’ 요구… “방시혁 수사 중단”
||2026.04.20
||2026.04.20
주한 미국대사관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출국이 금지된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미국 방문을 허용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직접 특정 피의자의 출국금지 해제를 지정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결례이자 수사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전해진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주한 미국대사관은 최근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수신인으로 한 협조 요청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방시혁 의장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김현정 부사장 등 고위 경영진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행정적 협조를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측이 밝힌 방문 사유는 오는 7월 4일로 예정된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참석과 현재 미국에서 월드투어 중인 방탄소년단(BTS)의 현지 활동 지원이다. 특히 이번 독립기념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사상 최대 규모의 이벤트’를 예고한 만큼 하이브 경영진을 주요 귀빈으로 초청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방 의장과 이 대표는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어 출국이 금지된 피의자 신분이다. 방 의장은 2019년 하이브 상장 전 투자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해 약 1,900억 원대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미 다섯 차례 소환 조사를 마쳤으며 조만간 구속영장 신청 등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요청이 통상적인 외교 관례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교 공관이 수사 중인 피의자의 해외 이동 문제를 수사기관에 직접 요청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외교부 등 공식 채널을 건너뛴 방식도 일방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이 사건의 핵심 공범 한 명이 미국으로 출국한 뒤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경찰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 의장이 미국에 나갈 경우 현지 공범과 접촉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수사망을 피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통상 출국금지 해제는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법무부가 심의를 거쳐 결정하는 사안이다. 수사기관인 경찰이 미 대사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 해제를 건의한다면 ‘수사 포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