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정, “피 철철”… 현장 ‘비상’ (‘모자무싸’)
||2026.04.23
||2026.04.23
배우 고윤정이 극 중에서 트라우마 증세로 코피 흘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단 2회 만에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내며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일과 21일에는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1위를 차지했으며 K-콘텐츠 경쟁력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가 발표한 4월 3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출연진 화제성 부문에서도 구교환이 3위, 고윤정이 6위에 오르며 작품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고윤정은 극 중에서 날카로운 시나리오 분석으로 업계에서 ‘도끼’라는 별칭을 얻은 영화사 최필름 피디 변은아 역을 맡았다. 변은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중심을 지향하지만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는 순간마다 코피를 흘리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지난 1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차영훈 감독은 “박해영 작가의 대사와 지문 하나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이러한 의지는 인물의 미세한 감정선까지 담아낸 치밀한 미장센으로 구현됐다. 대본 속에 담긴 고민과 감정을 화면 위에 입체적으로 살려내며 대사가 지닌 울림을 더욱 깊게 확장시켰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어린이 보호구역 질주 신이다. 황동만(구교환)은 “잘나서 나를 증명할 수 없다면 망가져서라도 나를 증명하겠다”는 마음으로 전력 질주하지만 속도계는 22km/h를 가리킨다. 변은아 역시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리지만 20km/h에 그친다. 죽을 듯이 뛰어도 결국 인간적인 속도에 머무는 이 장면은 두 인물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그 배경이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점은 보는 이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연출의 재미는 영화감독이라는 설정을 적극 활용하며 더욱 확장된다. 황동만이 자신의 방 안을 맑은 날씨로 바꿔내는 시나리오 ‘날씨를 만들어드립니다’ 장면과 박경세(오정세)의 분노를 장르적으로 풀어낸 ‘국민 스트레스 관리반’ 시퀀스는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환기시키며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특히 현실의 무게를 딛고 도약하는 황동만의 ‘빌리 엘리어트’ 엔딩은 1~2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히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박해영 작가는 특유의 필력으로 사람들이 쉽게 꺼내지 못하는 ‘무가치함’이라는 감정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현실의 아픔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시선은 때로는 날 선 감정으로 다가오지만 동시에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공감으로 이어지며 깊은 위로를 전한다. 특히 황동만과 ‘8인회’의 관계를 통해 시청자들은 “나는 누군가에게 8인회였던 적은 없었을까, 혹은 황동만은 아니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짧은 방송 분량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대사 역시 이어지고 있다. “내 인생이 왜 네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존재조차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조용히 있어”와 같은 문장들은 단순한 사이다를 넘어 깊은 감정의 울림을 전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문장이 아니라 인물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대사들이기에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흔한 성공 서사를 따르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버텨내고 있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오늘의 좌절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는 차영훈 감독의 말처럼 드라마는 무가치함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모두에게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장 낮은 곳에 머물던 황동만이 변은아를 만나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모자무싸’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일요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