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기만 사가더니” 이제는 한국 기술까지 달라는 ‘이 나라’ 업계 발칵
||2026.04.27
||2026.04.27
폴란드가 한국 무기를 ‘사주는 손님’에서 ‘같이 만드는 파트너’로 위치를 바꾸며 K-방산 전략을 흔들고 있다. 러시아 침공 이후 K2·K9·FA-50을 한꺼번에 도입해 20조 원대 수출을 안겨준 폴란드는, 이제 “조립라인만으론 만족 못 한다, 기술 이전과 글로벌 공급망 참여가 필수”라고 공개적으로 못 박았다. 콘라트 고워타 국유자산부 차관의 블룸버그 발언은 “기술 이전 없는 단순 납품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방산업계에 새로운 숙제를 던졌다.
2022년 대형 계약으로 폴란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를 대량 도입하며 K-방산 유럽 진출의 문을 열었다. 1차 기본계약만 K2 약 980대, K9 672문, FA-50 48대 규모였고, 이후 추가 협상으로 K2PL 폴란드형 전차의 현지 생산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PGZ 산하 공장에서 K2PL을 생산·정비하는 MRO 체계를 구축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포병·다연장·장갑차 사업을 염두에 두고 폴란드 및 루마니아에 K9 생산·정비 거점을 잇달아 세우는 중이다. 폴란드 입장에선 한국 무기의 가성비를 활용하면서, 자국을 중부 유럽의 생산허브로 키우려는 이중 전략이다.
폴란드의 강경한 태도 뒤에는 유럽연합의 SAFE 프로그램과 공동조달 정책이 있다. EU는 회원국이 무기를 살 때 유럽산 부품 비율 40% 이상을 채우면 재정 지원과 보조금을 주는 구조를 만들었고, 폴란드는 향후 5년간 약 4,060억 유로(약 406조 원)를 국방에 투입하겠다는 재무장 계획을 세웠다. 이런 조건 아래서 한국산을 100% 완제품으로만 사들이면, EU 지원을 받기 어렵고 유럽 업체와의 관계도 소원해질 수 있다. 결국 폴란드는 “한국 무기를 계속 쓰고 싶다면 생산과 기술도 유럽 안으로 끌어들여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던진 셈이다.
한국 방산업계는 이미 일정 범위의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수용했다. K2PL 사업에서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차체·포탑 조립, 일부 부품 생산, 전차 정비·수명연장 기술을 이전하는 대신, 설계권과 핵심 기술은 한국에 남기고 기술 로열티를 받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K9·천무의 일부 생산 공정을 폴란드·루마니아 현지 공장으로 이관하되, 사격통제·유도·탄약 기술은 JV와 블랙박스 장비 형태로 관리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업계는 “조립·비핵심 부품은 이전하되, 복합장갑·엔진·레이더·AI 소프트웨어 등은 절대 내주지 않는 ‘선택적 이전’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폴란드의 요구를 “특정 한국만 겨냥한 게 아니라, 방산 수입국이 성장 과정에서 보통 밟는 수순”으로 본다. 독일·미국이 폴란드에 충분한 기술 이전을 거부했기에, 폴란드가 한국을 통해 자주국방 기술 격차를 메우려는 측면도 있다.
동시에 유럽 각국이 모두 현지 생산·기술 협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공장을 짓고 수조 원대 투자를 감수하면서 ‘유럽 인사이더’가 되지 않으면 장기 수주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에 K9·K10·IFV까지 생산 가능한 ‘H-ACE 유럽’ 거점을 착공했고, 현대로템도 폴란드에서 생산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폴란드발 요구는 K-방산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면서 동시에 ‘톱5 도약’을 위한 관문이기도 하다. 단순 완제품 수출만으로는 미국·프랑스·독일·중국이 버티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렵고, 합작 공장·공동 R&D·다국간 공급망 같은 고급 형태의 진출 모델이 필수가 됐다.
정부는 방산청 신설과 함께 기술 이전 가이드라인, 전략기술 보호 제도, 오프셋(상쇄 거래) 표준을 손보는 작업을 추진 중이고, 업계는 “폴란드·루마니아·체코를 잇는 유럽 허브를 키우되, 핵심 기술은 JV·로열티·블랙박스로 잠그는 방식”을 K-방산의 기본 해법으로 제시한다. 폴란드의 “팔려면 기술도 가져와라”라는 요구는 결국, 한국이 ‘수출국’을 넘어 ‘기술 강국형 방산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첫 번째 큰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