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전쟁을 했지만 “오히려 자국 폭격을” 국민이 먼저 원했던 나라
||2026.04.28
||2026.04.28
재한 이란인과 현지 활동가들은 지금 이란 상황을 “1980년 광주 5·18과 비슷하다”고 표현한다. 테헤란·이스파한·라슈트 등 주요 도시에서는 경제난에 항의하는 평화 시위에 보안군이 실탄·저격·최루탄을 사용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군용 헬기와 중화기까지 동원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는 수시로 차단되고, 병원·영안실 주변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정보기관의 통제로 봉쇄된 상태다. BBC와 경향신문 등은 “시위에 나선 뒤 행방불명된 시민까지 포함하면, 희생자 규모는 공식 통계의 몇 배일 수 있다”고 전한다. 이런 환경에서 “내부에서 정권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는 절망이 커졌고, 일부는 외부 군사 개입을 유일한 탈출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위 27일째인 1월 23일 기준으로, 확인된 시위 관련 사망자가 5,137명, 중상자가 7,402명, 체포자가 2만7,0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통신 두절·현장 접근 차단으로 미확인 사례가 더 많다며, 1만2,000건이 넘는 추가 사망·실종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기반 이란인권(HR 이란)과 영국 언론들도 “정부가 인정한 수치의 수십 배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이란 당국은 “폭도·외세의 사주를 받은 테러리스트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망이 발생했을 뿐”이라며, 시위대가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태를 키웠다”고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란 반체제 매체와 중동 언론에는 시위대 일부가 “제한적 공습으로 혁명수비대를 무너뜨려 달라”, “폭격을 당하더라도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고 외치는 인터뷰가 잇따라 실리고 있다. 이는 미국이 실제로 공습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 아니라, 내부 탄압이 어느 수준인지 보여주는 과장 섞인 절규에 가깝다.
실제로 미국 중부사령부는 2026년 3월, 이란이 미군 기지와 중동 동맹국을 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데 대한 보복으로 B-2 스텔스 폭격기와 B-1B 랜서를 투입해 이란 본토의 지하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핵시설 전면 폭격이나 정권 교체 작전이 아니라, 한정된 군사시설에 대한 “억지·보복 타격”이라는 점이 미 국방부 발표에서 반복해서 강조됐다.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 등은 미 정부가 이란 탄도미사일·핵시설에 대한 군사옵션을 상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왔지만, 정권 붕괴를 노린 본토 전면 공습은 정치·군사적으로 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현실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과 이란은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이후에도 직접전 확대를 피해 왔고, 이번에도 미군은 미사일 시설·군사 표적만을 공격해 이란 민간인 피해를 줄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과 주변국들도 “인도적 우려는 크지만, 외부의 대규모 폭격은 오히려 이란 내부 내전·난민·극단주의 확산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즉, 시위대 일부의 “폭격 요청”이 국제사회에서 곧바로 수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레자 팔레비 전 왕세자는 서방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은 충분한 인구·자원·교육 수준을 갖춘 나라로, 중동의 한국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또 하나의 북한이 됐다”고 현 정권을 비판했다. 그의 발언은 이란이 종교권위주의·핵개발·국제제재 삼중고 속에서 성장 기회를 잃었다는 자조와, 세속·민주주의 국가로의 회귀를 바라는 일부 중산층·청년층의 염원을 동시에 반영한다.
그러나 왕정 복원이나 외부 개입을 둘러싼 이란 내부 의견은 크게 갈리고 있으며, 시위대 전체가 미국 공습을 지지하거나 팔레비 복귀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언론과 전문가들이 함께 지적한다. “폭격이라도 좋다”는 구호는 극한 상황에서 나온 분노와 절망의 표현이지, 구체적 정치 청사진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강경 진압 이후 이란 거리 시위는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BBC·경향신문 등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대규모 학살 경험과 경제 파탄, 젊은 세대의 체제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든 다시 큰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의 제한적 공습으로 혁명수비대 일부 전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란 정권은 이를 명분 삼아 “외세의 침략에 맞선 성전”을 선동하며 내부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시위대가 바랐던 ‘정권 붕괴’와는 달리, 지금까지 미국 공습은 탄도미사일·무기시설을 겨냥한 제한적 작전에 머물고 있고, 이 공백을 극단주의 세력이나 IS 잔당이 파고들 위험도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폭격이 해답”이라는 구호는 이란 내부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상징일 뿐,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고 위험한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