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있으면 다 만든다” 한국 방산뿐만 아니라 모든 걸 가지고 싶다는 나라
||2026.04.28
||2026.04.28
캐나다 차기 초계잠수함 사업(CPSP)은 표면적으로는 노후 빅토리아급을 대체할 잠수함 12척 도입 프로젝트지만, 실제로는 “한국이라는 파트너를 통해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다 묶어보겠다”는 캐나다의 전략이 드러난 사업이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이끄는 ‘팀코리아’는 단순 선체 공급이 아니라 에너지·조선·첨단 제조·R&D까지 아우르는 패키지 제안을 통해, 캐나다가 한국과 사실상의 산업·안보 동맹을 맺을 수 있도록 판을 키워놓았다. 캐나다 입장에서 한국은 “잠수함을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원유·가스 수요, 조선·배터리·자동차·수소 생태계에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종합 파트너로 보이기 시작했다.
CPSP는 3,000톤급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대형 사업으로, 건조비와 30년 수명주기 MRO를 모두 합치면 규모가 약 6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캐나다 정부는 2025년 숏리스트에서 한국 원팀과 독일 TKMS 두 곳만을 최종 후보로 남겨두었고, 양측은 2026년 상반기까지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사업은 단일 방산 플랫폼 기준 세계 최대급 계약으로, 한국이 따낼 경우 K2·K9·폴란드 패키지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방산 수출로 기록될 전망이다. 어성철 한화오션 특수선 사장 등이 오타와에 상주하며 수십 명 규모의 전담 TF를 꾸려 영업·설계·홍보를 총동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컨소시엄의 무기는 ‘올인 패키지’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장보고-III(KSS-Ⅲ) 기반 잠수함을 제안하면서, 캐나다 현지 조선소와 기술협력·건조·정비 인프라 구축, 조선 인력 양성, 함정·잠수함 종합 컨설팅까지 포함하는 절충교역안을 제시했다. HD현대는 캐나다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사업 기간 동안 수조 원 규모 캐나다 원유를 도입하겠다는 에너지 패키지도 함께 묶었다.
한화오션은 현지 5개 방산·조선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캐나다 기업이 잠수함 체계통합과 MRO에 직접 참여하도록 설계했다. 반면 TKMS 측은 폭스바겐·현지 조선소를 포함한 산업 패키지에서 균열이 생기며, 애초 내세웠던 ‘독일-캐나다 산업동맹’ 카드가 힘을 많이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이번 사업이 단순 전력 보강이 아니라, 자국 조선·제조·에너지 산업을 재건할 기회이기도 하다. 석유·가스·우라늄·희토류를 가진 자원국이지만 제조·조선 역량은 제한적인 캐나다에,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 상선·LNG선·잠수함 건조 경험과 배터리·자동차·수소 산업까지 갖춘 파트너다.
노바스코샤의 조선소와 온타리오의 배터리·자동차·수소 클러스터, 앨버타의 석유·가스 산업이 한국 조선·에너지 기업과 엮이면, 캐나다는 “원자재만 파는 나라”에서 첨단 제조·해양 방산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한국 역시 원유·가스·우라늄·희토류 등 전략 자원 공급원을 장기 계약 형태로 확보할 수 있어, 사실상 자원·산업동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는 NATO 회원국이자 G7 국가로, 북미와 유럽 안보를 연결하는 핵심 축이다. 잠수함 도입과 30년 MRO 체계 구축은 단발성 무기 거래가 아니라, 작전 개념·훈련·정비·부품·산업 기반을 공유하는 장기 파트너십을 의미한다.
한국이 폴란드·루마니아 등 동유럽에 이어 캐나다 해군과도 전략 자산을 공유하게 되면, 미국 일변도의 안보 구조에서 벗어나 NATO 핵심국과도 사실상 준동맹 수준의 네트워크를 갖게 된다. 이는 동맹의 대체가 아니라, 안보 기반을 다층화하면서 방위비·통상·기술통제·공급망 재편 등 각종 현안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키우는 레버리지로 작동할 수 있다.
물론 과제도 크다. 북극해·북대서양처럼 혹한·장거리 작전 환경에서의 운용 경험은 한국 해군이 거의 없다. 해군 병력·장교·부사관 숫자가 줄고,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이 지연되는 등, 원해·원양 작전 능력 강화는 아직 진행형 과제다.
NATO 회원이 아니라는 제도적 제약도 있어, 캐나다·미국·유럽과의 정보·기술 공유 범위엔 여전히 한계가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CPSP는 “한국 해군이 근해 중심 해군에서 태평양·대서양으로 투사력을 확장할 계기”이자, 한국이 해양 방산·자원·산업·안보 전략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낼 수 있는지 시험하는 무대가 된다.
캐나다 CPSP는 단지 잠수함 몇 척 수주를 넘어, 한국이 육상(K2·K9) 중심 방산국에서 육·해·공·해양 인프라를 두루 공급하는 진정한 ‘토털 패키지 방산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관문이다. 성공할 경우 한국은 폴란드·호주·캐나다를 잇는 육군·해군·조선·에너지 네트워크를 확보해, 유럽·인도·태평양·북미를 잇는 글로벌 안보·산업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한국 방산이 제출한 패키지 모델은 이미 여러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어, 향후 인도·동남아·중동 잠수함 시장에서 강력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이 있으면 전차·포·잠수함·조선·배터리·에너지까지 다 엮을 수 있다”는 캐나다의 시선은, K-방산이 더 이상 무기 한두 개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