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기지도 아니다” 미국과 더 크고 강하게 만들었다는 ‘이 나라’
||2026.04.28
||2026.04.28
일본 정부가 북한·중국·러시아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주일미군 기지의 시설 지하화와 방호력 강화를 본격 검토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내각은 올여름 시작될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일본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지하 벙커·분산 배치·건물 구조 강화 등을 미국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본에는 약 5만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일본은 2025년도 기준 주둔경비로 2,274억 엔(약 2조 원)을 부담했다. 이번에는 단순 운영비를 넘어 “기지를 더 강하게 만드는 비용”까지 자국 세금으로 떠안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바탕으로 병영·가족주택·기지 인프라에 대한 ‘시설 정비비’를 지원해 왔다. 다카이치 내각은 이 범위를 확대해, 미사일·전자기파·폭발물 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지하 시설과 강화 구조물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5년마다 체결하는 주일미군 분담금 특별협정에 ‘기지 방어·지하화’ 항목을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사실상 일본이 미국 대신 주일미군 기지를 “더 깊고 강하게” 만드는 호스트네이션 역할을 자임하는 셈이다.
일본의 2026회계연도 방위비와 관련 예산은 10조6,000억 엔(약 97조 원)으로, 5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GDP 대비 방위비 비율은 2022년 1.0%, 2023년 1.4%, 2024년 1.6%, 2025년 2.0%로 빠르게 상승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기존 예산을 2.0%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은 여전히 “3~3.5%까지 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새 분담금 협상에서 일본 방위비가 2%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에 재정 기여 확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지만, 결국 일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자국 돈으로 주일미군 기지 지하화까지 해주겠다고 나서면, 같은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에도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GDP 대비 5% 수준 방위비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어, 일본의 적극적인 증액이 한·미 협상에서 ‘선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방위비 2배·기지 지하화로 호응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주한미군 기지 방호·시설 강화 비용까지 요구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일본의 ‘슈퍼 호스트 전략’이 한·미 방위비 협상의 기준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카이치 정권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간판’도 바꾸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에 자위대 간부 계급 명칭을 국제 기준에 맞춘 군대식으로 바꾸는 자위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1954년 자위대 창설 이후 처음으로 계급 체계를 손보는 것으로, 육·해·공 자위대 최고위 계급인 ‘막료장’은 ‘대장(大將)’, ‘1좌’는 ‘대좌’, ‘2좌·3좌’는 각각 ‘중좌·소좌’, ‘1위’는 ‘대위’ 등으로 변경된다. 일본 정부는 “국제 표준화를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국내외에서는 “전후 일본이 피하려 했던 군대 이미지를 정면으로 수용하는 조치”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여전히 헌법 9조에 군대 보유와 교전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석·운용은 이미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반격 능력 보유’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번 주일미군 기지 지하화·자위대 계급 개편은 “미국과의 동맹 아래, 외형은 동맹군 기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자국 군사력을 정규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이중 행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방위비 2% 달성·기지 방호 강화·계급 군대화를 통해 “전후 질서를 벗어나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일·한 삼각 협력과, 일본 군사 대국화에 대한 경계라는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