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상대로 “이란 편에서 이스라엘에 무자비한 폭격을” 가한 의외의 나라
||2026.04.28
||2026.04.28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공개적으로 “이란 편에서 보복전에 가담한다”고 선언했다. 헤즈볼라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하메네이의 순혈에 대한 복수”라며 이스라엘 방공기지와 군 시설을 정밀 미사일·무인기(드론)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2024년 11월 미국 중재 휴전 이후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을 자제하던 헤즈볼라가, 이번에는 하메네이 피살을 계기로 “지하드와 저항 전선에 끝까지 남겠다”고 밝히며 전면적으로 전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스라엘군(IDF)은 헤즈볼라가 밤새 발사한 로켓과 드론 상당수를 요격했고, 나머지는 개활지에 떨어지도록 유도해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하이파·갈릴리 등 이스라엘 북부 전역에서는 공습 경보가 울렸고, 주민들은 지하 대피소로 긴급 대피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곧바로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 남부 교외(다히예) 등 헤즈볼라 거점에 대한 대규모 공습으로 맞불을 놓았다. 레바논 보건부는 헤즈볼라 공격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최소 30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의 단독 행동에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나와프 살람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배후가 누구든 남부에서의 로켓 발사는 레바논의 안보와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레바논을 새로운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을 보호하고 로켓 발사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헤즈볼라와의 정치적 거리 두기를 분명히 했다.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임시 폐쇄를 선언했고, 수도에서는 헤즈볼라 지지자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등 내외부 긴장이 동시 고조되고 있다.
레바논만 움직인 것은 아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말리크 알-후티도 방송 연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배에 굴복하면 자유와 존엄, 종교를 잃는다”며 ‘신성한 대의를 위한 희생’을 촉구했다.
후티 고위 관계자는 AP통신에 “이란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홍해 해상 수송로와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재개하기로 했다”며 “첫 공격은 오늘 밤에도 있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2023년 가자전 이후 이스라엘을 겨냥해 해상·미사일 공격을 이어오던 후티는 휴전과 함께 공격을 멈췄지만, 이번에는 이란 보복전에 다시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란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시설뿐 아니라, 바레인·카타르·UAE·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내 공항·호텔·주거지역까지 공격하자, GCC 6개국 외무장관들은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을 강하게 규탄했다. 공동 성명은 이란의 공격을 “배신적 행위”로 규정하고 “국가 안보와 영토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며, 여기에는 군사적 선택지도 포함된다”고 경고했다.
미국·영국 등 서방국가들도 자국 군함과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하며, 이란과 그 우군 세력의 확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란과 헤즈볼라·후티가 한편에 서고, GCC·이스라엘·미국이 맞서는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중동 전체가 다시 ‘다중 전선’ 전쟁 양상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이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이어진 이란 연계 조직들의 대리전 구조가 한꺼번에 폭발한 양상에 가깝다.
헤즈볼라는 1980년대 이래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아 미 해병대 막사 폭파·이스라엘과의 전쟁 등을 벌여온 대표적 친이란 무장정파이며, 후티 반군 역시 사우디·UAE와의 전쟁에서 이란의 무기·자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이번에 이 두 세력이 동시에 “이란 편에 서서 이스라엘·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에 가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이 원하는 ‘제한된 군사작전’이 아니라 중동 전역으로 전선이 확장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이 장기화되면, 2006년 2차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을 넘어서는 ‘제3차 레바논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레바논 남부 수십 개 국경 마을 주민들에게 북쪽으로의 대피를 명령했고, 로켓 발사대·무기 저장고·지휘센터 등 250개 이상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정부는 국가 파괴를 우려하며 헤즈볼라에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베이루트 남부를 중심으로 한 시아파 저항 축과의 정치·무장력 격차 탓에 실질적 제어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란 편에서 이스라엘에 무자비한 폭격을 가한 의외의 나라”처럼 보이는 레바논의 그림자는, 실제로는 국가와 비국가 무장조직 사이의 긴장과 분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중동 정치의 단면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