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대 보이스피싱 조직을 직접 추적해 일망타진한 대한민국 가정 주부
||2026.04.29
||2026.04.29
2016년 겨울, 전 재산 3,200만 원을 보이스피싱으로 날린 한 평범한 시민이 경찰서 문을 나서며 던진 선전포고다. 주변에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무모한 일이라고 만류했다.
사건의 시작은 참혹했다. 아들 수술비와 소송 비용이 절실했던 김성자 씨의 사정을 범인들은 단돈 300원에 산 개인정보로 낱낱이 꿰뚫고 있었다.
치밀한 덫에 걸려 전 재산을 잃은 김 씨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할 만큼 절망했다. 경찰은 “중국 조직이라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김 씨는 포기하는 대신 범인들에게 수백 통의 전화를 걸고 찰진 욕설을 퍼부으며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녀의 독기에 질린 것일까.
며칠 뒤 수화기 너머로 믿기 힘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사기를 쳤던 조직원이 강제 감금 상태에서 김 씨에게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이다.
김 씨는 제보자로 변한 조직원을 달래며 직접 수사에 나섰다. 총책의 실명, 주민번호는 물론 입국 비행기 편명과 좌석 번호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이 결정적인 정보를 들고 찾은 경찰의 반응은 싸늘했다. “수천 명 중에 어떻게 찾느냐”는 비웃음 섞인 핀잔만 돌아왔다.
결국 김 씨는 직접 총책의 집 근처에서 밤샘 잠복까지 감행하며 경찰을 압박했다. 그녀가 차려놓은 완벽한 검거 밥상 덕분에 총책은 공항 입국장에서 허무하게 수갑을 찼다.
진짜 비극은 검거 후에 시작됐다. 경찰은 언론 브리핑에서 김 씨의 존재를 지운 채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했고, 관련 경찰관들은 특진의 영광을 누렸다.
반면 김 씨가 마주한 현실은 기만적이었다. 당초 경찰이 홍보한 ‘보이스피싱 신고 포상금 최대 1억 원’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경찰은 예산 핑계를 대며 김 씨에게 고작 100만 원을 수령하라고 권고했다. 김 씨는 방송에서 “내 자존심을 100만 원에 팔 수 없었다.
끝까지 나를 ‘김성자 씨’가 아닌 ‘아줌마’라 부르며 무시했다”며 당시의 굴욕감을 토로했다. 이후 그녀에게 남은 것은 보복의 두려움과 생활고였고, 평생 일궈온 세탁소마저 문을 닫아야 했다.
이 기막힌 사연은 8년이 흐른 2024년, 영화 ‘시민덕희’로 재조명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사회적 공분이 일자 정부는 뒤늦게 포상금 5,000만 원을 지급하며 그녀의 공로를 공식 인정했다. 비록 사기당한 원금은 돌려받지 못했지만, 그녀는 이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저는 그냥 아줌마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시민 김성자입니다.”
그녀의 용기는 공권력이 외면한 정의를 시민의 힘으로 되찾은 위대한 기록이자,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겨진 부끄러운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