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이 1등이다” 트럼프가 한국 조선업을 1등으로 만들려는 이유에 발칵
||2026.04.29
||2026.04.29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 조선·해운을 겨냥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중국산 선박 입항 수수료’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소유하거나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이 미국 항만에 들어올 때, 순톤당 50달러의 입항료를 부과하고 이 금액을 2028년까지 최대 140달러까지 올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톤수 기준(2025년 18달러→2028년 33달러)과 컨테이너당 기준(2025년 120달러→2028년 250달러) 중 더 비싼 쪽을 적용하도록 설계해, 사실상 중국산 선박이 미국을 드나들 때마다 눈에 띄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만든다. 단순 항만료가 아니라 중국 조선 패권을 정조준한 비관세 장벽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나선 배경에는, 지난 20여 년 동안 중국이 글로벌 상선·컨테이너선 시장을 장악해 온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무역·에너지·군사 물자를 실어 나르는 상선은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자산인데, 현재 신규 상선 발주의 절반 이상이 중국 조선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측의 진단이다.
미 전문가들은 1990년대 말과 비교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선박 비중이 10배 이상 늘었다는 점을 들어, “중국 조선 생산력이 유사시 군함·군수선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흐름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안보 리스크’로 보고, 비용과 규제로 중국 조선·해운을 압박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입항 수수료는 소유주와 건조국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중국 조선소에서 만든 선박을 많이 보유한 글로벌 선사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값이 싸다는 이유로 중국 건조선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선사들은, 높은 입항료를 감수하고 미국 노선을 유지할지, 아니면 향후 발주를 한국·일본 조선소로 돌려 리스크를 줄일지 고민에 빠졌다.
한국 조선업계는 “발주 전환은 선대 교체 주기와 맞물려야 하기 때문에 단기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미국행 선박만큼은 한국 조선소를 찾는 흐름이 분명히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미국 항로 비중이 큰 글로벌 선사들이 LNG·LPG 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신규 계획에서 한국 조선소와의 협의를 늘리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입항 수수료만으로는 미국 자체의 조선·해운 경쟁력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아는 트럼프 측은, 동맹국 조선 기술과의 ‘합작 모델’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 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조선·해운에서도 동맹 중심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을 핵심 파트너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은 LNG 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박에서 이미 세계 최상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품질·납기·친환경 기술 측면에서 신뢰를 쌓아온 몇 안 되는 생산기지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미국으로 와서 조선소를 세우고, 우리가 다시 선박을 만들 수 있게 도와달라”는 취지의 발언과 보고서들이 공개되며, 실제 미국 조선소 인수·현대화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국내외 조선·증권 리포트는 이번 조치가 한국 조선업을 ‘제2의 슈퍼사이클’로 이끌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미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은 2028년 전후 인도 물량까지 상당 부분 채워 놓은 상태고, LNG·암모니아·메탄올 추진 등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중국산 선박 규제가 본격화되면, 미국 노선을 염두에 둔 신규 발주가 한국으로 몰리고, 동맹국 중심 ‘친미 해양 벨트’ 속에서 한국 조선소의 전략적 위상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중국도 맞불 입항 수수료로 대응하고 있어, 한·중·미 사이에서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운항 전략을 어떻게 조정하는지가 향후 수년간 조선업 판도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결국 중국산 선박에 대한 미국의 고율 입항 수수료 정책은, 단순히 중국을 벌주겠다는 차원을 넘어 “믿고 쓸 수 있는 조선 파트너를 한국으로 고정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값싼 중국 조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미국의 해상 물류와 에너지 운송, 나아가 군수 지원까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것이 워싱턴의 우려다.
반대로, 한국 조선업이 고부가 선박에서 확실한 1등 지위를 유지할수록 미국은 공급망·안보 두 측면에서 더 안전해진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중 해양 패권 경쟁이 거세질수록, 한국 조선업은 단순 ‘수주 2위’가 아니라, 미국이 의도적으로 키우고 싶은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