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살인범의 ‘공소시효’를 끝내버린 엄마의 16년 사투
||2026.04.30
||2026.04.30
“이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의 억울한 일을 겪고 그냥 물러설 수 있겠습니까.” 1999년 5월, 대구의 한 평범한 골목에서 당시 6살이었던 태완 군은 정체불명의 남성이 뿌린 황산에 온몸이 녹아내리는 참변을 당했다.
아이는 49일간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사투를 벌이다 끝내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범인은 안개처럼 사라졌고, 수사는 아무런 결론 없이 멈춰 섰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거대한 벽 앞에 선 엄마 박정숙 씨의 16년 투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당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에 불과했다. 2014년 5월이 지나면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부모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했다. 2013년 유력 용의자를 지목하며 고소장을 제출해 재수사를 끌어냈고, 시효 만료 직전에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며 아이의 ‘법적 시계’를 기적적으로 1년 더 연장했다.
이들의 간절함은 정치권을 움직였다. 2015년 3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영구히 폐지하자는 일명 ‘태완이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법안이 계류되는 사이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갔다. 결국 2015년 7월 10일, 대법원이 부모의 재정신청을 최종 기각하면서 태완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영구히 만료되고 말았다.
잔혹한 역설은 그 직후에 찾아왔다. 시효가 끝난 지 불과 2주 뒤인 2015년 7월 24일, 국회에서 ‘태완이법’이 최종 통과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살인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사라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정작 법의 이름이 된 태완이는 소급 적용을 받지 못해 그 보호를 누리지 못했다.
비록 본인의 억울함은 법적으로 풀지 못했으나, 태완이 어머니의 끈질긴 사투는 ‘살인죄에 시효는 없다’는 정의를 사법 역사에 새겼다.
박 씨는 말한다. 공소시효라는 제도에 가로막혀 자식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없다면 부모로서 도저히 존재할 수 없었다고. 그녀의 눈물은 이제 수많은 미제 사건 피해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