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쟁에서 이기려고” 우크라이나가 참다가 결국 공격했다는 ‘이 시설’
||2026.04.30
||2026.04.30
러시아는 2022년 침공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의 상수도·하수도·댐·정유시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해, 수질 오염과 식수 부족, 환경 재앙을 야기했다. 우크라이나 환경단체 에코액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상하수도 시설 최소 7곳이 직접 피해를 보았고, 폐수가 정제되지 않은 채 강·지하수로 유입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국제사회는 이를 ‘에코사이드(환경학살)’에 가까운 행위로 비판했지만, 러시아는 군용·산업용 기반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는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도 “인프라를 전쟁 수단으로 본다면, 러시아 본토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논리로, 접경 지역 시설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초기에는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변전소·열병합발전소·저장탱크 등을 드론과 장거리 미사일로 타격해, 벨고로드·쿠르스크 등 접경 도시의 전력·난방을 끊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주요 발전소·변전소 주변에 방공포·요격미사일을 집중 배치하면서, 에너지 인프라 타격의 성공률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하수처리장·소규모 펌프장·저수지 댐 등은 군사·경제 우선순위에서 밀려 방어가 허술하다는 점에 우크라이나가 주목했다는 분석이 서방 안보매체에서 나온다. 즉 “가장 두꺼운 방패(전력시설)를 억지로 뚫기보다, 가장 얇은 뼈(하수·환경 기초시설)를 부러뜨리는 편이 전략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계산이다.
러시아 벨고로드·쿠르스크 인근은 우크라이나군과 친우크라이나 러시아 자원부대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반복되는 지역이다. 2025년에는 벨고로드 저수지 댐이 폭격으로 파손돼 수위가 급격히 떨어지며, 인근 군부대와 농경지가 홍수·단수 피해를 겪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시설이 파괴되면 단순히 도로·교량만 끊기는 것이 아니라, 도시 상하수도·관개·공업용수 공급이 동시에 마비되면서 주민들이 오염된 물과 하수 역류, 악취에 시달리게 된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러시아 공격 이후 우크라이나 일부 강에서 암모니아 농도가 기준치의 163배까지 치솟았다고 지적했는데, 러시아 접경지에서도 역방향의 환경·위생 문제가 점점 누적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인프라 공격의 본질이 “전투 의지”보다 “전쟁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는 데 있다고 분석한다. 전기가 끊기면 불편하지만, 사람들은 발전기·양초·보조배터리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수돗물·하수 시스템이 무너지면 식수·위생·배설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인간의 생존 조건이 동시에 타격을 받는다. 하수처리장이 파괴된 지역에서 오·폐수가 그대로 강과 지하수로 흘러들어가면, 시간이 갈수록 악취와 질병 위험이 커지고, 이를 수습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우리가 왜 이 전쟁 때문에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을 감내하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유도하는, 전형적인 생활 밀착형 심리전이라는 지적이다.
상하수도·댐 같은 민간 기반시설 공격은 국제인도법·제네바협약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에 정면 배치될 소지가 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수도시설을 반복적으로 공격해 유엔과 서방으로부터 “전쟁 범죄” 의혹을 받는 것처럼, 우크라이나의 역공 역시 정당방위 명분과 별개로 민간 피해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먼저 자국 상하수도·발전소를 공격하고, 점령지에서 물·전기 공급을 끊는 방식으로 민간인을 압박해 왔다는 점을 들어 “대칭·비대칭 대응”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양측 모두 국제법의 회색지대를 넓게 해석하며, 생활 인프라를 무기로 삼는 경향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도 도시·마을·농지·강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인프라를 무너뜨리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수십 년 후유증을 남길 환경·보건 위기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상수도·하수도·댐을 공격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접경지의 변전소·댐·기반시설을 되받아치는 상황은 “전쟁은 더 이상 전선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은 향후 다른 분쟁 지역에서도 상수도·하수도·발전소·병원 같은 필수 시설이 ‘싸고 효과적인 공격 목표’로 찍힐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전쟁이 남길 가장 씁쓸한 교훈 가운데 하나는, 승패를 떠나 일상 인프라를 전쟁 도구로 사용하는 순간 그 비용은 결국 양측 민간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