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 파병 간 “북한군 사망자 수 공개하자” 전 세계 발칵
||2026.05.01
||2026.05.01
북한은 4월 26일 평양에서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 기념관’, 이른바 러시아 쿠르스크 파병 기념관 준공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을 비롯한 양국 고위 인사가 참석했고,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이 다음날 대형 전사자 명판 사진과 동영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공개된 화면에는 검은 대리석 벽에 빽빽이 새겨진 북한군 전사자 이름이 포착됐는데, 이는 러시아 파병 이후 처음으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북측 제공 자료’였다.
명판 한 면에는 세로 8명씩, 가로 143줄로 배열된 이름이 약 1144명 규모로 새겨져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양식의 명판이 앞·뒷면 두 면으로 설치된 점을 감안하면, 전체에 새겨진 북한군 전사자 수는 약 2280~2300명 수준일 것이라는 게 한국 정보당국과 BBC 코리아의 추산이다. 이는 국가정보원이 2025년 9월 정보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제시했던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 약 2000명’ 추산치와도 대체로 부합하면서, 당시 일부에서 제기됐던 “북한이 전사자 수를 축소 보고했다”는 의혹을 어느 정도 정리해준다. 다만 전사자 외에 부상·실종까지 포함하면 사상자 규모는 훨씬 크다는 분석이 별도로 존재한다.
김정은은 준공식 연설에서 “이 기념관에 피로 쓴 조로(북러) 친선의 새 역사, 피로써 전취한 정의의 새 역사를 새겼다”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는 쿠르스크 전선에서의 북한군 참전을 “제국주의에 맞선 정의로운 국제주의”로 포장하며, 기념관을 ‘혁명적 국제연대의 상징’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명판에 새겨진 2000명대 전사자 숫자는, 실제로는 러시아의 침공전쟁에 북한이 얼마나 깊숙이 개입했는지를 보여주는 정황 증거로 외부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일부도 BBC에 “이번 기념관은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전사자만 안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전체 북 파병 전사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사망자 규모는 2024~2025년 사이 여러 단계로 상향 조정되어 왔다. 2025년 1월 BBC는 서방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중 약 10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고, 같은 해 4월 국정원은 국회 보고에서 사망 600명을 포함한 사상자 4700여 명을 언급한 바 있다. 이어 9월에는 우방국 정보와 전황을 종합한 결과 “현재까지 전사자 수를 2000여 명으로 추산한다”고 다시 상향 조정했다. 2025년 6월 영국 정보 쪽에선 “러시아 파병 북한군 사상자가 6000명을 넘는다”는 평가까지 내놓으며, 소모적인 도보 돌격 전술이 큰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이번 평양 기념관 명단은, 그동안 산발적으로 제기되던 이런 추산에 처음으로 ‘북한 측 이름 목록’이라는 실체를 부여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사자 숫자를 암시하는 기념관을 세운 데 대해 몇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 러시아와의 군사·정치 동맹을 대내외에 과시해, ‘조로 혈맹’을 새 외교축으로 굳히려는 의도다. 김정은이 직접 러시아 국방장관을 불러 기념관을 공개한 것도 이 맥락에 있다. 둘째, 파병에 동원된 북한군 가족과 내부 엘리트에게 “희생을 국가가 기억한다”는 메시지를 주며, 전사자를 체제 충성의 상징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다. 셋째, 향후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군사·경제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피의 투자’ 증명용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서방 정보는 북한이 포탄·미사일·드론뿐 아니라 인력까지 제공한 대가로, 러시아제 첨단무기와 위성·미사일 기술 일부를 지원받았다고 의심한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 전사자 규모를 사실상 드러낸 것은, 국제사회 입장에서는 단순한 숫자 공개를 넘어 북·러 군사협력의 깊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경고 신호다. 전사자 2000여 명이 의미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많은 파병 규모와 보다 광범위한 전투 참여라는 사실이다. 한국과 서방에서는 이미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돌아올 경우,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동시에, 북한이 자국 병력을 타국의 침공전쟁에 투입해 수천 명이 희생된 사실을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모습은, 향후 전쟁범죄 책임 논의와 인권·제재 문제에서도 새로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