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 손 잡고 첨단무기 생산 손 잡았다는 ‘두 나라’
||2026.05.01
||2026.05.01
교도통신·닛케이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연내에 드론을 포함한 첨단 방위 장비의 공동 개발·생산을 위한 새로운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일본 측에서는 경제산업성과 방위성이, 미국 측에서는 국방부와 주일 미국대사관이 주도하며, 수개월 내 구체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체계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 포럼(DICAS)’ 구상의 연장선으로, 미사일·무인체계·정비까지 아우르는 상시 협의 틀 역할을 하게 된다. 양국은 이를 통해 러시아·중국·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동시에, 글로벌 방산 공급망에서의 입지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민관 프로젝트의 1순위 목표는 공격용 드론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에서 드론이 방공망을 교란하고 장거리 타격을 수행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면서, 얼마나 많이·지속적으로 공급하느냐가 전황을 바꾸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은 첨단 무인기 설계·소프트웨어·센서·무장 통합 능력은 뛰어나지만, 장기전·동시다발 분쟁을 버틸 만큼 충분한 물량을 찍어내는 생산 기반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일본은 전후 살상무기 수출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정밀 가공·전자·배터리·소형 모터 등 드론에 필요한 부품·제조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일 모두 “미국 기술+일본 양산” 조합을 통해 중국산 드론이 장악한 세계 시장 구조를 바꾸겠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 지침을 개정해, 전후 처음으로 살상 무기 수출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이전까지는 비전투 목적·부품 제한 수출만 허용됐지만, 수정 이후에는 패트리엇(PAC‑3), 공대공 미사일(AIM‑120) 등 완제품 무기와 탄약까지 미국과 제3국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일본 내 공장에서 생산된 PAC‑3·AIM‑120 등을 자국군은 물론 해외 군사판매(FMS)를 통해 동맹국에도 공급할 수 있어, 미군의 탄약·무기 부족 문제를 보완할 새로운 생산기지 하나를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드론까지 더해지면, 일본은 사실상 “미국의 아시아 군수 공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이 드론 생산에 집착하는 데는 자국 의존 구조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 내 산업용 드론 시장의 약 90%를 중국 업체가 점유하고 일본 기업 점유율은 3% 수준에 그친다. 유사시 중국산 드론·부품 공급이 끊기면, 군은 물론 치안·재난·물류까지 한꺼번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3대 안보 문서 개정과 예산 증액을 통해 국산 군·산업용 드론 대량 생산 로드맵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과의 공동 개발·생산은 이 로드맵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이자, 정치적으로도 미·일 동맹 강화를 어필할 수 있는 카드다.
한국도 드론 수출에서 양적 성장은 분명하다. 한국무역협회·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한국의 드론 수출액은 2022년 281만 달러에서 2024년 2754만 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0.48%에 그쳐 20위 수준에 머물고 있고, 상위 5개 수출국에 수출의 80% 이상이 편중되는 등 시장 기반은 아직 취약하다. 일본은 같은 기간 점유율 0.03%(수출 193만 달러)로 42위에 불과해, 드론 영역에선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미국이 드론·미사일 양산 파트너를 찾으면서, 제도·정치·동맹 구조에서 ‘법까지 고쳐서 맞춰 들어오는’ 일본을 더 큰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이 일본과의 협력 때문에 한국과의 협업을 끊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국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일본이 드론을 시작으로 미사일·레이더·함정·정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공동 생산·수출 프로젝트를 확대하면, 중장기적으로 동남아·중동·동유럽 시장에서 한국과 직접 경쟁하는 구도가 자주 나타날 수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고가 스텔스기보다는 적정 성능·가격과 함께 기술 이전·현지 생산을 선호하는데, 일본이 미국 기술을 등에 업고 “미국산 무기+일본 현지 생산” 패키지를 들고 나오면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드론·미사일·센서 같은 ‘첨단 무기’에서 독자 기술과 가격 경쟁력, 현지화·MRO 패키지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미·일 방산 동맹 시대를 버티는 관건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방산 질서가 “미국 기술+동맹국 생산” 구조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갈래로 요약된다. 하나는 한·미 방산 RDP(상호조달협정) 체결·미 현지 생산 등으로 미국 공급망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K9·FA-50·K2처럼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은 분야에서 독자 라인을 유지하면서, 드론·유도무기·레이더·지휘통제체계 등에서 기술 자립과 틈새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과 전략적으로 손을 맞잡았다고 해서 한국의 길이 막힌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동으로 같이 가는 동맹 부속품”이었다면 이제는 더 치열하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