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0척 넘어왔어도 “한국에선 고작 1대로 싸운다는” 이 함대
||2026.05.02
||2026.05.02
중국 항공모함이 지난해에만 한국 관할 해역에 8차례 들어오면서, 서해는 사실상 중국 항모의 ‘연습장’으로 바뀌고 있다. 2020년 2회에 불과하던 진입 횟수는 2022년 7회, 2024년 6회, 2025년 8회로 늘었고, 올해 1분기에도 이미 1회가 포착됐다. 같은 기간 중국 군함의 우리 관할 해역 진입은 연간 330회에서 350회로 증가했고, 군함이 우리 영해 50km 앞까지 접근한 사례도 확인됐다.
원칙적으로 중국 군함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이나 우리 EEZ 쪽으로 넘어오면, 한국 해군도 비슷한 거리만큼 중국 쪽으로 나가 ‘비례 대응’을 한다. 문제는 서해 2함대가 중국만 상대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등 주요 남북 무력 충돌의 무대가 모두 서해였던 만큼, 2함대 주력 전투함 상당수는 여전히 북한 경비정·포병·미사일 위협에 묶여 있다.
이 때문에 실무자들은 “중국 군함이 10척 넘어오면 우리도 10척 내보내는 게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는 1척 정도만 동쪽으로 넘어가 맞대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사실상 ‘비례 대응’이 아닌, 상징적 시위에 그치는 셈이다.
중국의 서해 공세는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인 전략에 가깝다. 시진핑 주석의 ‘해양 강국’ 선언 이후,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각종 고정 구조물 3기를 무단 설치하고, 주변 공해상에 관측용 부표도 다수 박아 놓은 상태다.
이 구역은 한·중 EEZ가 겹쳐 어업만 허용된 민감 수역인데, 중국은 이 일대를 항모·정보수집함·구축함을 동원한 실탄 훈련 장소로 활용하며 사실상 ‘중국 작전구역’처럼 쓰고 있다. 항모 푸젠함 역시 2025년 서해 PMZ에 투입돼 함재기 이착함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서해를 중국 해군의 주력 훈련장으로 만드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중국이 서해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자의적인 ‘경계선’ 주장도 있다. 중국은 1962년 북·중 국경조약에서 북한 서해 영해 기점을 동경 124도 10분으로 잡았던 것을 근거로, 동경 124도선을 남쪽으로 쭉 내린 뒤 이를 사실상 한·중 해상 경계선처럼 주장한다.
국제법상 이 선 동쪽 상당 부분은 한국 EEZ이거나 최소한 공해에 해당하지만, 중국 해군은 “124도선 이서(以西)는 중국 작전수역”이라는 식으로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실탄 훈련을 벌인 사례도 있다. 한국 함정이 124도선 서쪽으로 작전을 나가면 중국 군함이 근접 항해로 압박하거나 교신으로 ‘퇴거’를 요구하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전문가들은 이를 ‘서해 공정’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서해뿐 아니라 동해에서도 중국 군사 활동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중국 해군은 러시아 태평양함대와 함께 동해·일본해 일대에서 합동훈련과 정보 수집 활동을 반복하고 있고, 이 기간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참여 신호’를 보내는 경우도 잦다.
2025년 이후에는 ‘북방함대’격 중·러 연합전력이 동해, 인도·필리핀 등이 중심이 된 ‘남방함대’가 남중국해에서 움직이며 아시아 해역에 신(新) 블록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입장에선 서해에서 중국, 동해에서 중·러·북이 동시에 존재감을 키우는 상황이라, 양쪽 바다에서 군사적 압박을 동시에 받는 ‘포위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해에 중국 구조물이 박히고, 124도선 서쪽을 중국 함정이 상시 순찰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법적 경계선이 정해지기 전에 ‘사실상의 관할권’이 중국 쪽으로 기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은 “과거엔 미국이 해상교통로를 대신 지켜줬지만, 지금 미 해군은 중국 견제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며 “한국 해군이 스스로 서해·동해 해상교통로와 주권을 지키는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항모가 10척 넘어와도 우리가 ‘겨우 1척’으로 맞대응하는 현실은, 아직 포탄이 오고 가는 수준의 위기는 아니지만 이미 해양 주권이 조금씩 잠식되고 있다는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