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사실상 이겼다고 공개한 나라” 미국 공격이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는 이유
||2026.05.02
||2026.05.02
모즈타바는 4월 30일(현지시간) ‘페르시아만의 날’을 맞아 엑스(X)와 국영 매체를 통해 장문의 메시지를 내고,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세계적 패권 세력(미국)의 공격이 수치스러운 패배로 끝났다”고 규정하며, 이번 전쟁 이후 역내에서 미국 군사력의 영향력이 붕괴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페르시아만을 “무슬림 국가와 이란 국민의 축복이자 정체성, 문명의 일부”라고 규정해, 이 지역을 외세가 아닌 이란·지역국의 통제 아래 둬야 한다는 명분을 재차 강조했다.
모즈타바는 미국의 역내 군사 거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역내 미군 기지는 취약하며 우방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미국의 존재는 지역 불안정의 원인일 뿐, 페르시아만의 밝은 미래는 미국이 없는 미래”라고 말했다.
이는 2월 말 미·이스라엘 합동 공습으로 이란의 핵·미사일 시설과 방공망 일부가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이란이 정권 붕괴 없이 맞공격·보복을 이어간 것을 ‘미국 전략의 실패’로 포장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 측이 “주요 군사 목표를 달성했다”며 사실상 조기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과 정반대의 서사를 내세운 셈이다.
모즈타바가 특히 강조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의 ‘새 관리 체계’다. 그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있어, 적대 세력의 이용을 차단하는 새로운 법적 규칙과 관리 체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미 이란 의회가 통과시킨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법’·‘미·이스라엘 선박 통과 제한 법안’과 연동해, 법적으로 미 해군·동맹국 해군의 통항 여지를 좁히고 우호국·결제국에만 선택적으로 길을 열어주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즈타바는 “과학·군사 기술을 총동원해 영토를 수호하고, 새 해협 관리 체계를 통해 역내 국가 모두에 경제적 혜택을 돌리겠다”고도 밝혀, 호르무즈를 군사·경제 양면에서 ‘이란식 질서’의 상징으로 삼으려 했다.
모즈타바의 메시지는 이념적 색채도 강했다. 그는 “이슬람 혁명은 열강에 맞선 저항의 전환점이었으며, 이제 압제자들의 손길을 완전히 끊어낼 때가 되었다”고 말하며 반미·반서방 노선을 재확인했다.
또 “1만㎞ 밖에서 악의를 품고 찾아온 외세의 자리는 바다 밑바닥뿐”이라며, 미국·영국 등 역외 세력이 다시 무력 개입을 시도할 경우 격렬히 저항하겠다는 위협 메시지도 덧붙였다. 이는 미·이란 전쟁 도중에도 핵·미사일 능력 보유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새 최고지도자의 입으로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날짜와 맥락도 중요하다. 이란은 사파비 왕조가 1622년 포르투갈 세력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축출한 사건을 기념해, 매년 4월 30일을 ‘페르시아만의 날’로 지정해 왔다. 모즈타바는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가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뒤 최고지도자에 오른 이후,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육성을 내보인 무대가 ‘페르시아만의 날’ 메시지였다는 점에서, 이란 내부에선 “새 지도자가 호르무즈와 페르시아만을 자신의 정치적 상징으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통적 반제·반식민 서사를 현대판 반미·반패권 담론으로 재포장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미·이란 전쟁을 두고 양측이 동시에 ‘우리가 이겼다’고 주장하는 상황도 눈에 띈다. 미국 백악관은 3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하면 그 시점에서 작전은 종료된다”고 밝히며, 이란 전함 격침·미사일·드론 시설 파괴 등을 나열해 “이란 군사력을 사실상 소탕했다”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반면 이란은 최고지도자의 입으로 “미국 공격은 수치스러운 패배로 끝났다”며, 정권 붕괴 없이 핵·미사일 능력을 지켜낸 것 자체가 승리라고 강조한다. 실제 군사적 피해와 전쟁 결과를 떠나, 양측 모두 국내 여론과 동맹·우방국을 향해 ‘정치적 승전 선언’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모즈타바가 “미국 공격은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는 식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내세운 배경에는 몇 가지 계산이 깔려 있다. 첫째,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이란 정권이 붕괴하지 않았고, 혁명수비대와 정규군이 조직력을 유지했다는 점을 ‘체제 생존의 증거’로 내세우려는 의도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핵·미사일 능력을 지렛대로 삼아 향후 종전 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협상력 과시이다. 셋째, 역내 시아파·반미 세력(헤즈볼라, 후티 등)을 아우르는 ‘저항 축(axis of resistance)’의 구심점이 자신임을 확인시켜, 내부 권력 기반을 다지려는 정치적 목적도 크다. 결국 이란이 말하는 “미국에 사실상 이겼다”는 의미는, 전장 내 전술적 승리가 아니라 “정권은 살아 있고, 호르무즈와 핵·미사일 카드는 여전히 우리 손에 있다”는 전략적 생존을 자축하는 데 가깝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