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함정 “외국산에만 의존하며 빌다가” 한국의 기술로만 개발 성공한 ‘이것’
||2026.05.02
||2026.05.02
대한민국 해군의 구축함에 처음으로 한국 기술만으로 만든 통합기관제어체계(ECS)가 들어가면서, 그동안 미국·영국 업체에 의존해왔던 함정의 ‘심장’ 영역이 본격적으로 국산화 궤도에 올랐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경남 창원 진해항에서 해군과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형 구축함 ‘양만춘함(DDH-I)’ ECS 성능개선 완료 기념식을 열고, 국산 장비의 실전 운용 돌입을 공식화했다.
양만춘함은 3,200톤급 헬기 탑재 구축함으로, 한국형 구축함(KDX-I) 사업의 일환으로 건조된 이후 지금까지 해외 업체가 만든 ECS를 운용해 왔다.
이번 성능개선 사업을 통해 한화시스템과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국산 ECS로 전 장비를 교체했고, 해군은 시험평가를 거쳐 본격 운용에 들어갔다. 국내 함정에 국산 ECS가 탑재돼 실전 운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군의 동력·전력 계통 핵심 제어장치에 ‘메이드 인 코리아’ 딱지가 붙은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함정 ECS는 추진, 발전·배전, 보조기기, 손상통제 등 각종 기관·전력 계통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해 감시·제어하는 장비로, 말 그대로 함정 운용을 뒷받침하는 ‘심장’이다. 한화시스템이 양만춘함에 올린 국산 ECS는 기존 외산 장비에 비해 정밀 감시·제어 성능이 강화되고, 상황별 전력 운용 모드를 자동·효율적으로 전환하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승조원이 실제 전투·피해통제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함상훈련 계통까지 통합하면서, 별도 모의장비 없이도 교육·훈련을 병행할 수 있게 설계됐다. 모든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국산 부품·국내 개발 SW로 구성해, 장기 운용 시 부품 수급·업데이트 부담도 줄였다.
지금까지 ECS 시장은 미국 L3해리스, 영국 롤스로이스,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넥스테크 등 극소수 방산 강국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이들 장비를 도입한 뒤에는 후속 군수지원과 성능개량에서도 해외 업체 일정·조건에 묶일 수밖에 없었고, 제재·수출 통제 상황에 따라 부품 조달이나 기술 지원이 지연되는 사례도 반복됐다.
이번 국산화 성공으로 함정 ECS는 개발·업그레이드·정비까지 국내에서 패키지로 처리할 수 있게 돼, 고장 대응 속도와 개량 주기가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해군 입장에선 가동률과 작전 지속 능력, 수명주기 비용(LCC) 측면에서 모두 ‘체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한화시스템은 2014년부터 해군·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과 함께 ECS 국산화를 위한 핵심 기술 확보에 단계적으로 투자해 왔다. 2022년에는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국방 핵심기술 과제를 통해 ECS 국산화 기술 확보를 공식 선언했고, 2024년 12월에는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IV(FFX Batch-IV)’의 통합기관제어체계·전투체계 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차세대 호위함 ECS 양산·적용의 길도 열었다.
방사청 계획에 따르면 울산급 Batch-IV 1·2번함은 2028~2029년 건조 완료 후 인도될 예정으로, 이들 함정에도 한화시스템의 국산 ECS와 CMS가 함께 들어가 운용성과 유지보수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내에서 함정 전투체계(CMS)와 통합기관제어체계(ECS) 두 가지 핵심 제어 시스템을 모두 자체 개발·공급할 수 있는 곳은 한화시스템이 유일하다. 한화시스템은 2020년 양만춘함에 국산 CMS를 이미 적용한 데 이어, 이번에 ECS까지 국산 장비로 교체하면서 ‘두뇌와 심장을 동시에 국산화한 첫 함정’이라는 타이틀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항공기 조종석 개념을 함정에 도입한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 기술까지 확보해, 다수의 콘솔·조작 인력을 줄이고 소수 승조원으로도 함 운용이 가능한 차세대 유·무인 함정 솔루션 경쟁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결국 K-함정의 자동화·무인화·인력 절감이라는 한국 해군의 중장기 목표를 뒷받침할 기술적 기반이 국내에 마련된 셈이다.
유문기 한화시스템 해양사업부장은 “대한민국 해군 함정의 완전 국산화에 일조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운용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K-함정의 무인화와 첨단화를 앞당길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산 ECS·CMS·IBS가 결합된 구조는 원격·자율 운항, 무인 수상전투함(USV) 등 미래 해군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갖추고 있다. ‘외국산 심장’에 의존해 부품과 정비 일정을 빌려 쓰던 시절에서, 설계부터 운용·개량·무인화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양만춘함 ECS 국산화가 지닌 가장 큰 전략적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