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에 첫 사령관 지휘” 30여 개국의 연합해군을 한국이 지휘한다는 임무
||2026.05.02
||2026.05.02
해군에 따르면, 미 해군 3함대는 올해 림팩 훈련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 해군이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Combined Force Maritime Component Commander, CFMCC) 임무를 수행한다고 공식 통보했다. 림팩에서 한국이 이 보직을 맡는 것은 1990년 처음 훈련에 참가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훈련이었던 2024년 림팩에서 한국은 연합해군구성군 ‘부사령관’ 역할을 수행하며 경험을 쌓았고, 이번에 사령관 자리로 격상되면서 사실상 해상 전력을 책임지는 2인자(미 3함대사령관 예하) 위치에 오르게 됐다.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은 림팩 전체를 총괄하는 연합기동부대사령관(미 3함대사령관)의 지휘를 받으면서, 실제로는 훈련에 참가한 모든 다국적 해군 전력의 작전을 통합·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올해 림팩에는 30여 개국에서 파견된 수상 전투함·잠수함 40여 척과 항공기·해병대 전력이 참가할 예정으로, 한국 해군 제독은 이 해상 전력을 전장 시나리오에 맞춰 배치·운용하게 된다.
해군은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우리 해군의 작전 지휘 능력을 전 세계에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공군은 같은 훈련에서 연합공군구성군사령관을 맡아, 하늘과 바다를 미·한·캐 3개국이 나눠 지휘하는 구조가 된다.
림팩은 해상교통로 보호, 해상 위협 공동 대응, 연합 함대의 상호운용성·작전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환태평양 다국적 해상훈련이다.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이 주관하고, 미 3함대사령관이 연합기동부대사령관을 맡아 훈련 전반을 총괄한다.
1971년 첫 시행 이후 격년제로 진행돼 올해 30회째를 맞는 림팩 2026은, 내달 말부터 7월까지 하와이 인근 해역·하와이 기지 일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 해군은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등 수상함 전력과 해상·육상 지휘요원을 파견해, 연합 작전 시나리오에 따라 대잠전·대함전·상륙작전 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 해군이 림팩 사령부 내 지휘 보직을 차례로 밟아 올라온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1990년부터 림팩에 참가한 한국은 초기에는 단순 참가국에 머물렀지만, 2010년대 이후에는 다국적 상륙전·대잠전 등 세부 임무에서 실무 지휘를 맡으며 존재감을 키웠다.
2022년에는 구성군사령부 예하 다국적 연합 강습상륙부대를 총지휘했고, 2024년 훈련에서는 연합해군구성군 부사령관 역할을 수행해 상위 단계 지휘 경험을 쌓았다. 미 3함대는 “한국 해군이 작전계획 수립·집행·지휘감독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올해 해상구성군 지휘를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휘권 부여를 단순한 훈련상의 포상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동맹국의 역할 분담을 강조해 왔고, 해상교통로가 중요한 한국에는 해양안보·연합작전 지휘에서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해 왔다.
한국이 림팩에서 30여 개국 연합함대를 직접 지휘하는 경험을 쌓게 되면, 향후 실제 위기 상황에서도 다국적 해상작전의 지휘·조정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자격증’에 가까운 경력이 된다. 한국 해군의 대양해군 지향, 중장기적인 항모·대형수송함 계획 등과 맞물려, 이번 림팩 지휘 경험은 인태(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구조에서 한국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림팩 2026에서 한국 해군은 더 이상 ‘훈련에 초청받은 손님’이 아니라, 30개국 함정을 한데 묶어 움직이는 실질적 해상 지휘 노드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한반도 방어를 넘어, 해상교통로 보호와 역외 억제까지 염두에 둔 한국 해군의 전략 범위 확대를 상징한다.
해군 내부에서도 “이번 임무를 발판으로, 향후 다국적 연합작전에서 우리 해군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사령관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결국 55년 만에 잡은 이 지휘봉이, 한국 해군이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군’을 넘어 ‘동맹의 바다까지 책임지는 해군’으로 변모하는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