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콘서트장에서 전범기를 찢고 애국가 불러 죽을뻔한 한국 가수
||2026.05.03
||2026.05.03
지난 2001년,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열린 ‘후지 락 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 현장. 수만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대한민국 인디 밴드 노브레인이 무대 위에 올랐다. 이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단순한 음악 공연을 넘어, 한일 현대 문화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항거’의 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주변국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노브레인은 일본 관객들이 가득한 공연장에서 음악인의 방식대로 이에 항의하기로 결심했다. 멤버들은 공연 전 호텔에서 피를 상징하는 붉은 물감을 준비하고, 전범기(욱일기)를 마련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공연 중반, 보컬 이성우는 돌연 일장기 모양에 붉은 선이 그어진 전범기를 꺼내 들었다. 이어 관객들을 향해 역사 왜곡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뒤, 전범기를 처참하게 찢어발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순식간에 공연장은 정적과 경악에 휩싸였다. 분위기가 급랭하자 이성우는 이에 굴하지 않고 기타 반주에 맞춰 애국가를 열창했다. 록 버전으로 편곡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분노한 일부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오물과 술병을 던지기 시작하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공연 직후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돌아갔다. 일본 우익 단체들이 노브레인을 보복하기 위해 공연장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일본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주최 측은 멤버들의 신변 보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긴급 대피를 지시했다.
멤버들은 악기와 장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행사 측에서 제공한 차량 뒷좌석에 몸을 숨겼다. 당시 멤버들의 증언에 따르면, 우익 단체 차량들이 그들이 탄 차를 추격하며 위협을 가해 실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절박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멤버들은 공항으로 직행하여 사실상 일본에서 쫓겨나듯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 사건은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노브레인을 ‘항일 락커’의 아이콘으로 각인시켰다. 이후 이성우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그때는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젊은 혈기에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며 당시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