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대기업 회장이 “하루아침에 단숨에 육군 사단장이 됐다는” 이 인물
||2026.05.03
||2026.05.03
대기업 총수가 ‘하루 만에 육군 사단장이 됐다’는 말의 실체는, 정식 지휘권을 가진 현역 사단장이 아니라 육군이 자체적으로 만든 명예 사단장 직함이었다.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에서 별 두 개가 달린 군복을 입고 장병을 사열한 장면이 공개되자, 언론과 SNS에선 “재벌 회장이 단숨에 사단장이 됐다”는 자극적인 표현이 붙으며 논란이 전국으로 번졌다. 군 인사 체계를 건너뛰어 민간인이 최고 지휘관 자리에 앉은 것처럼 보이는 장면은, 실제 지휘권 여부와 별개로 상징성만으로도 파장이 컸다.
2018년 말부터 육군 30사단은 부대 시설 보수·위문품 지원 등을 해온 우오현 회장을 ‘명예 사단장’으로 위촉했다. 그리고 2019년 11월 국기게양식에서 임명 1주년을 기념한다며, 방성대 당시 사단장과 우 회장이 함께 오픈카에 탑승해 장병 수백 명의 열병을 받는 행사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우 회장은 실제 사단장 계급인 소장의 견장을 형상화한 별 두 개가 달린 군복과 베레모를 착용했고, 장병들은 우 회장에게 경례를 올리며 제식 동작을 선보였다. ‘최정예 300 워리어’로 선발된 장병들에게는 명예 사단장 자격으로 표창까지 수여하면서, 사실상 사단장의 권위를 그대로 차용한 의전이 이뤄졌다.
논란의 핵심은, 이런 명예 사단장 직책이 국방부 공식 규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방부 훈령이 정한 명예 군인 제도에 따르면,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명예 계급은 하사에서 대령까지로 제한되어 있고, 장교급 명예 군인은 국방부 장관이 인사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위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우 회장은 장관 위촉 없이, 30사단이 자체적으로 ‘명예 사단장’으로 추대했고, 계급 역시 규정상 불가능한 소장(별 두 개)급으로 사실상 부여됐다. “계급은 줄 수 있어도 보직은 줄 수 없다”는 명예 군인 제도의 취지와 달리, 사단장 직함까지 붙인 것은 훈령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육군본부는 “30사단의 명예 사단장 행사 논란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해당 부대를 상대로 감찰 조사를 착수했다. 군은 “우 회장이 실제 작전 지휘·통제 권한을 행사한 사실은 없고, 부대 발전에 기여한 것에 대한 예우 차원의 행사였지만, 의전 수위가 일부 부적절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이후 국방부는 이 사안을 계기로 명예 군인 제도 운영 기준과 부대 자체 명예직 활용 관행을 점검하고,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기업 회장이 장병을 사열한 초유의 사건’은 이렇게 감찰 대상이 되며 군 인사·의전 문화 전반을 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우오현 회장은 이미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여러 차례 동행하고, 한·일 재계회의에도 중견기업 대표로 참석하는 등 정치·재계 네트워크를 넓혀온 인물이다. 여기에 SM그룹 계열사에 당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가족이 근무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권력과 가까운 재벌 회장이 군대에서도 장성급 예우를 받았다”는 의혹 섞인 시선이 더해졌다.
30년 가까이 복무하다 명예 전역하는 간부조차 소박한 전달식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한 현실과, 민간 기업인이 별 두 개 군복을 입고 장병을 사열하는 장면이 대비되면서, 군 내부의 공정성과 상징 자산 배분 방식에 대한 박탈감도 제기됐다. “군복과 계급장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헌신의 상징”이라는 여론이 거세진 이유다.
사실 민간 인사를 명예 장교나 홍보대사로 위촉해 병영환경 개선·장병 사기 진작에 활용하는 관행은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한국군도 그 자체를 문제 삼는 분위기는 아니다. 문제는 이번처럼 근거 규정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계급·보직·의전이 과도하게 부여되면 군의 지휘 체계와 상징 자산이 희화화된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 이후 군 안팎에서는 “기업인의 기부와 후원은 제도 안에서 투명하게 예우하되, 장성 계급과 지휘 행위는 절대 민간인에게 넘겨선 안 된다”는 선 긋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벌 회장이 하루아침에 사단장이 됐다는 자극적인 이야기 뒤에는, 민군 협력과 군 권위 사이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에 대한 숙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