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뀌는 캐나다가 아니다” 잠수함 14조 계약 승부처라는 ‘이 나라’
||2026.05.03
||2026.05.03
이번 사업은 인도 해군의 차세대 재래식 잠수함 프로그램 ‘프로젝트 75I(P-75I)’의 핵심으로, 최소 6척 도입에 80억~1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는 단순 조립이나 라이선스 생산이 아닌, 설계·정비·운용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기술 이전을 전제로 협상에 나섰다.
현지 군 관계자들은 “볼트와 너트만 조이는 수준으로는 의미가 없다, 선체 설계 원리와 AIP(공기불요추진) 체계 구조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향후 독자 개량·무장 통합이 가능한 ‘설계 언어’ 수준의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계약서 문안에서도 인도 내 설계센터 설립, 인도 기술진의 독일 현지 파견, 장기 기술 교육 프로그램 등이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잠수함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따라 인도 국영 조선사 마자곤 독(MDL)에서 현지 건조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TKMS는 설계·엔지니어링·품질관리와 핵심 장비 공급을 담당하고, MDL이 실제 선체 제작과 조립, 시험평가를 맡는 구조다.
후보로 거론되는 214급 계열 잠수함은 AIP 시스템을 탑재해 최대 2~3주간 수중 잠항이 가능해, 기존 인도 해군 재래식 잠수함의 2~4일 수준과 비교하면 작전 지속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인도 해군은 중국 해군의 인도양 진출과 파키스탄 잠수함 전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24척 규모의 재래식·AIP 잠수함 전력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협상이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인도의 안보 전략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인도 해군 잠수함 전력은 러시아와 프랑스 의존도가 높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대체 파트너가 필요해졌다.
독일·유럽은 인도를 서방 방산·기술 생태계로 더 깊이 끌어들이려 하고, 인도는 기술 이전이 유리한 쪽과 손잡아 ‘전략적 자율성’을 키우려는 이해관계가 맞물린다. 특히 P75I 프로젝트는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양 해양전략의 핵심 축이어서, 향후 미·일·호주와의 안보 협력(쿼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인도 계약은 TKMS 입장에서도 단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캐나다의 60조 원 규모 CPSP 잠수함 사업에서 한국 한화오션과 경쟁 중인 상황에서, 인도 P75I까지 따낸다면 북미·인도양을 아우르는 ‘잠수함 양대 시장’을 장악하는 그림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인도 협상이 기술 이전 문제로 틀어질 경우, TKMS는 캐나다에서도 ‘기술 이전에 인색하다’는 이미지를 안게 돼 수주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캐나다는 정치·외교 변수로 언제든 룰을 바꿀 수 있지만, 인도는 일단 계약하면 메이크 인 인디아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며, TKMS가 사실상 인도를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독일 내부와 유럽 방산 업계에서 제기되는 기술 유출 우려다. 214급 계열의 AIP, 스텔스 선체 설계, 소나·전투체계는 독일이 수십 년간 축적해온 핵심 자산으로, 인도에 과도한 기술을 넘길 경우 언젠가 경쟁 상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계심이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필수 블랙박스는 독일이 쥐고, 나머지 주변 기술만 이전하는 ‘핵심 분리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독일 정부는 인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중국 견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과감한 기술 이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기술 이전 범위가 TKMS·독일 정부·EU 내 이해관계가 얽힌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번 인도 잠수함 사업은 총액이 80억~10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지만, 정작 최종 승부는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얼마나 깊고 넓은 기술을 같이 나누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부품 국산화율을 45~60%까지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독자 설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 축적을 노리고 있다.
TKMS로서는 당장의 수주 실적과 장기적인 기술 우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난제를 안았다. 인도가 “말 바뀌는 캐나다가 아니다”라며 계약 이후에도 일관된 현지 생산·기술 이전을 요구할 것이 확실한 만큼, 이번 협상이 향후 글로벌 잠수함 시장의 기술 이전 기준 자체를 바꿔놓을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