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직접 만든 기술을 “러시아가 갑자기 자국 기술이라고” 말하는 이유
||2026.05.03
||2026.05.03
신궁 개발은 1995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휴대용 대공미사일 국산화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한국은 당시 프랑스 미스트랄 미사일 기술이전을 타진했지만, 프랑스 정부가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대신 러시아 KBM사로부터 9K38 이글라(SA-18)용 2색 적외선 시커, 진동 베어링, 냉각기 등 핵심 부품을 ‘부품 구매’ 형태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ADD와 LIG넥스원이 약 700억 원을 투입해 2000년대 초 시제품을 완성했다. 외형과 엔진 배치, 발사관 구조 등에서 이글라와 닮은 구석이 많아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글라 부품을 활용한 초기형 신궁은 설계 철학에서 분명 러시아 MANPADS의 영향을 받았다. 이 때문에 러시아 측은 “신궁은 이글라 기반 파생형”이라며, 자신들이 공급한 기술이 토대가 됐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 스팅어·재블린 운용 경험과 자체 연구 결과를 반영해 사거리를 7km로 늘리고, 근접신관·2색 시커·전자전 대응 알고리즘을 새로 설계해 이글라(사거리 5km)와는 다른 체계로 재탄생시켰다. 즉, 출발점은 러시아 부품이었지만, 완성품은 설계·탐색기·신관·유도로직이 대부분 바뀐 ‘한국형 신형 무기’에 가깝다는 것이 한국 측 논리다.
문제는 신궁이 본격적으로 해외 수출 단계에 들어가면서 터졌다. 초창기 신궁은 탐색기·진동베어링 등 일부 핵심 부품을 러시아 KBM에서 들여와 조립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인도·UAE 등 대형 수출 사업 때마다 러시아 정부의 수출 승인(재수출 동의)이 필요했다.
인도 군이 신궁을 차세대 MANPADS 후보로 선정했을 때, 러시아는 “자국 무기 체계 판치르·이글라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며 기술 이전 승인 자체를 거부했고, 사업은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UAE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러시아 제동이 걸리면서, LIG넥스원은 “성능 평가에서 1위로 뽑히고도 러시아의 승인 거부 때문에 떨어졌다”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해외 언론과 방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무기가 러시아 핵심 부품에 묶여 수출 주권이 제한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LIG넥스원은 2009~2014년 자체 자금 140억 원대(누적 400억 원 이상 투자라는 분석도 있음)를 투입해, 러시아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2색 적외선 시커를 독자 개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근·중적외선 대역을 동시에 탐지하는 이 국산 시커는 미스트랄급 탐색 능력과 IR 플레어 대응 능력을 확보해, 헬기·드론·저고도 항공기 요격에서 강력한 성능을 보였다. 2014년 국방기술품질원 사격시험에서 95% 명중률을 기록하며 품질 인증을 마친 뒤, 신궁은 국산화율 90% 이상, 러시아 승인 없이도 자유롭게 수출 가능한 체계로 재탄생했다.
국산 시커와 근접신관을 장착한 최신형 신궁은 사거리 7km, 요격고도 3.5km, 명중률 90~95%로 평가되며, 미국 스팅어(사거리 약 4.8km), 러시아 이글라(5km)보다 한 세대 앞선 성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폴란드·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에 성공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폴란드군이 도입한 신궁이 러시아 Ka-52·Mi-28 공격헬기 등을 격추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제 대공미사일 추가 도입을 희망했다는 언급까지 등장했다.
냉각기가 필요 없는 2색 시커와 극저온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신뢰성 덕에 러시아 재머·플레어에 강하다는 점이 부각되자,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국 이글라·판치르 체계가 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이 시점부터 러시아 관영 매체와 관계자들은 “신궁은 러시아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무기”라며, 한국을 겨냥한 여론전·법적 문제 제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관건은 러시아가 아무리 “우리 기술 기반”이라고 주장해도, 현재 운용 중인 신궁의 핵심 탐색기·유도로직·근접신관은 이미 한국 독자 기술로 대체됐다는 점이다.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은 국산 시커 장착 이후 러시아 부품 의존도를 5~10% 수준까지 낮췄고, 사실상 단순 소재·기계 부품 정도만 해외에 기대는 구조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과거처럼 인도·UAE·유럽·동남아 수출 때마다 러시아 눈치를 볼 필요는 없어졌고, LIG넥스원은 신궁-B(사거리 8km급 성능 향상형), 차량·함정 탑재형 자동발사대까지 개발하며 독자 제품군 확장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가 여전히 “한국이 우리 기술을 베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실질적인 기술 소유권 문제라기보다 세계 MANPADS 시장에서 한국 신궁이 자국 무기의 최대 경쟁자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