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허락 없이 못 판다” KF-21 빌려온 엔진 하나 때문에 미국 동의 구하는 이유
||2026.05.03
||2026.05.03
KF-21 보라매는 레이더·항전·기골 대부분을 우리 손으로 만든 첫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지만, 정작 ‘심장’인 엔진만큼은 아직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2015년 개발에 착수한 뒤 2022년 첫 비행, 2024년 체계개발 완료를 거쳐 올해 3월 경남 사천에서 양산 1호기가 출고되며 본격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
사업 초도 물량 40대는 2028년까지 공군에 인도되고, 이후 공대지 능력을 강화한 블록Ⅱ 80대를 더해 2032년까지 총 120대를 전력화하는 것이 목표다. 최고속도 마하 1.8, 항속거리 2,900km, 무장 탑재량 7.7t급 성능으로 한국은 미국·러시아·프랑스·스웨덴·유럽 컨소시엄에 이어 8번째 초음속 전투기 독자 개발국 반열에 올랐다.
KF-21 시제기의 국산화율은 약 65%로 평가된다.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지·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장비, 통합 전자전장비 등 이른바 ‘4대 핵심 항전장비’를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점이 가장 큰 성과다.
공중 표적을 수백 km 밖에서 동시 다수 추적하고, 스텔스 표적·저고도 순항미사일까지 탐지하는 AESA 레이더는 전투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센서로, 한국은 미국·유럽 소수 국가만 보유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국산 미사일·유도폭탄 통합이 진행되면서, “무장만 국산으로 갈아 끼우면 미국 허가 없이 파는 전투기”라는 목표도 현실에 다가가고 있다.
KF-21에 들어가는 엔진은 미국 GE의 F414-GE-400K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라이선스 생산하는 구조다. 외형은 국산 생산이지만, 설계 권리와 지식재산권은 GE에 있어 미국 국무부가 관리하는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의 적용을 받는다.
ITAR에는 제3국 이전 통제 조항이 있어, 엔진처럼 규제 대상 부품이 한 개라도 들어가면 해당 무기체계를 다른 나라에 수출할 때 반드시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 한국이 KF-21을 인도네시아·UAE·폴란드 등에 팔더라도, 최종 ‘허락 도장’은 워싱턴이 찍어야만 계약이 발효되는 구조다.
실제 방산업계는 엔진·항전 일부에 포함된 미국산 부품 때문에, KF-21과 경공격기 FA-50 수출 협상에서 미국 승인 절차가 병목이 될 가능성을 꾸준히 우려해 왔다.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서도 외교·안보 상황에 따라 수출 허가를 지연시키거나 조건을 붙인 전례가 있어, 특정 국가와의 분쟁 또는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경우 KF-21 수출이 미국 대외정책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과거 F-16·FA-50 등도 한미 간 조율을 통해 대부분 허가가 이뤄졌다”며, KF-21 역시 긴밀한 협조 체계를 바탕으로 수출 지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투기 한 대 팔 때마다 미국 눈치부터 봐야 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엔진과 핵심 무장의 자립이 필수라는 데 군·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 GE·프랫&휘트니, 영국 롤스로이스 3사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군사용 고성능 엔진을 핵심 전략 물자로 분류해 설계·소재·제조 공정을 철저히 통제하고, 제3국에 완전한 기술 이전을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전투기 엔진의 터빈·연소기 기술은 미사일 추진계와도 밀접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국제 규범에 따라 확산 자체가 엄격히 제한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F414를 국내에서 조립·생산하지만, 설계·소스코드·핵심 공정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라 사실상 ‘깊은 라이선스 생산’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완전한 기술 독립이 이뤄지지 않는 한 KF-21 수출 자유도는 미국 결정에 묶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인식한 정부는 2022년 ‘12대 국가전략기술’·‘50대 세부 중점기술’을 발표하면서 첨단 항공가스터빈 엔진을 국가 전략 분야로 못 박았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두산에너빌리티 등은 2027년 이후 5조 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해, 2030년대 중반 시제품, 2040년대 실비행 시험을 목표로 한 중·대형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1990년대부터 축적한 압축기·연소기·터빈 시험설비와 소형 가스터빈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1만5,000파운드급 이상 엔진 시험 능력을 2030년대 초까지 확보하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전문가들은 “지금 시작해도 선진국과의 격차 20년을 따라잡는 데 최소 15~20년은 걸린다”며, 정권 교체와 무관한 일관된 투자와 인력 양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KF-21은 이미 기체·레이다·무장을 중심으로 한 국산화에 성공해, 형식상으로는 “한국이 만든 4.5세대 전투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엔진과 일부 전자부품이 미국 ITAR 규제에 묶여 있는 한,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와 업계는 국산 공대공·공대지 무장 통합, 엔진 국산화 로드맵, 제3국 공동 개발 등 여러 해법을 병행하며 ‘탈 ITAR’ 비중을 조금씩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KF-21이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 허락 없이 파는 국산 전투기”가 되려면, 눈에 보이는 스텔스 형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엔진 기술과 공급망을 얼마나 빨리 자립시킬 수 있는지가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